"사생활 다 털리는거 아냐?"....에코백스 사태에 로봇청소기 업체들 보안 불안감 대응 총력
2024-10-29 송혜림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에코백스의 로봇청소기 ‘X2'는 최근 미국에서 해킹을 당해 소비자들의 불안을 자아냈다. 에코백스는 중국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 기업이자 국내 판매량도 상위권에 속하는 브랜드다. 문제가 된 제품은 집안 청소를 하던 중 욕설과 성적 발언을 쏟아내거나 반려견을 쫒아가 공격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백스 측은 "최근 미국에서 고객 데이터가 대량 유출되며 이를 이용한 해커가 고객 계정을 악용해 제품에 접근하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커는 로봇청소기 사용자가 초기 설정 과정에서 블루투스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몇 분 동안 최대 80m 거리 내에서 침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에코백스 관계자는 “블루투스 해킹은 전문 해커와 특정 장비가 필요하므로 일반 사용자가 일상에서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에코백스 'X2'는 국내에서도 판매중인 제품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글로벌 시험·인증기관 ‘TÜV 라인란드’에서 개인정보 보호 인증을 받았다. TÜV인증은 LG전자, 현대오토에버, SK온 등 국내 유수 기업들도 IT 보안을 위해 획득하는 인증이다.
에코백스 관계자는 “지난 9월 말 PIN 코드 우회 방지와 블루투스 연결 인증 강화 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완료했으며 오는 11월 펌웨어 업데이트로 블루투스 연결 보안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개인 정보 보호 기술 인증, 유럽 제3자 프라이버시 신뢰 인증, ISO와 같은 산업 표준 등과 협력하여 보안과 신뢰성을 지속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업체 해명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로봇청소기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인공지능(AI)를 비롯한 첨단 기능은 물론 영역 감지를 위한 카메라와 센서 등이 탑재돼 보안에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로봇 청소기 시장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등 국내업체들과 중국업체들은 이같은 소비자들의 우려에 대응, 보안을 강화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안심하고 AI 가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체 보안 기술인 '삼성 녹스 보안솔루션'을 탑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 녹스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는 다중 방어 형태의 보안 플랫폼이다.
지난 4월 출시한 '비스포크 AI 스팀'은 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기관 'UL 솔루션즈'가 실시하는 사물인터넷(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했다. 제품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이미지나 영상들은 암호화를 통해 사용자만 확인이 가능하다.
LG전자는 지난 8월 출시한 'LG 로보킹 AI 올인원'에 LG 표준 보안개발 프로세스(LG SDL)를 적용했다. 이 프로세스는 고객 데이터를 암호 처리해 외부의 불법적인 탈취나 조작을 철저히 방어한다. 특히 제품이 주행 중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는 제품에 별도 저장되거나 외부에 전송되지 않는다.
중국 가전업체 로보락은 "모든 로봇청소기 제품의 데이터가 기기에만 적용되고 서버로 전송되지 않으며 ‘사용 후 데이터 즉시 삭제’라는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출시한 로보락 ‘S8 MaxV Ultra’의 본체, 애플리케이션, 서버 모두 TÜV 라인란드 개인정보보호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TÜV 라인란드로부터 캘리포니아 소비자 프라이버시 법(CCPA)의 특별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인증을 받았다.
중국 업체인 샤오미 역시 로봇청소기 전 제품을 대상으로 TÜV라인란드 개인정보보호 인증을 획득했다.
신일전자는 현재 보안 관련 인증은 획득하진 않았으나 여러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월 출시한 ‘로봇웨디’는 레이더 방식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반드시 사용할 필요가 없고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슬라이드 버튼으로 제어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카메라는 청소 중 주변을 확인할 수 있는 용도로 활용되고 사용자가 카메라의 작동 여부를 쉽게 선택할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면서 “향후 보안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라고 전했다.
쿠쿠는 지난 2022년 ‘파워크론R'를 출시한 후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쿠쿠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기술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려우나 보안이 강화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