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에너지 공룡’ SK이노베이션 합병 법인 출범, 석유·가스·전력 포트폴리오 구축

2024-11-01     박인철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법인이 1일 공식 출범했다. 자산 100조 원 규모의 아태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1일 SK이노베이션이 합병 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지난 7월 합병 발표 이후 3개월여 동안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최대 종합 에너지 회사가 닻을 올렸다. 내년 2월 1일에는 SK온과 SK엔텀의 합병도 마무리된다.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 SK E&S의 천연가스(LNG) 밸류체인이 더해지면서 ▲석유 ▲가스 ▲전력 등 주요 에너지 사업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올 상반기 기준 자산은 105조 원에 이른다.

당장 내년 매출은 아태 지역 최대인 88조 원이 기대된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에 SK이노베이션이 역대 최대인 4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예상 연간 영업이익이 7000억 원 수준이니 5배 이상 뛰는 셈이다. 기존의 정유·석유화학과 함께 LNG, 태양광, 수소, 풍력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 사업 영역을 확장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재무 체력이 뒷받침 되는 것이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느냐는 과제다. 양사가 정유, 재생에너지라는 전통과 미래 먹거리에 각각 강점이 있는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시너지의 조기 창출을 위해 2027년 이후 자기자본이익율(ROE) 10%라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까지 1주당 최소 배당금을 2000원으로 정하고 2027년 이후에는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비율을 35% 이상으로 설정했다.

이번 합병은 ‘SK온 살리기’라는 목적이 뚜렷했다. SK온은 분사 후 14개 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져 있다. 올해 전기차 캐즘까지 겹치며 계획보다 흑자전환이 미뤄지고 있다. 계획하고 있는 상장도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SK온 서린사옥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투자를 멈추기도 어렵다. SK온은 지난해만 설비 구축에 6조7870억 원을 썼고 올해도 7조5000억 원의 투자비가 예정됐다. 

E&S가 매년 최대 2조 원의 안정적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냈던 만큼 이번 합병을 통해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제3자 배정방식으로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의 목적을 위해서다. EBITDA가 5조9000억 원까지 오르는 만큼 합병을 통해 안정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SK온 역시 이번에 합병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새 사명을 ‘SK온 트레이딩인터내셔널’로 하는 등 사내독립운영 체제로 운영한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배터리 원소재 조달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사업 경쟁력을 더욱 키워 나간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 석유화학, 배터리, 소재에 이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기반으로 2027년에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합병법인의 통합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룹에서도 합병 법인에 대한 기대가 높다. 출범에 앞서 지난달 SK이노베이션 계열사 3곳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대표를 바꾸는 인사를 단행했다. SK에너지의 경우 1년도 되지 않아 대표가 또 바뀌었는데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리밸런싱’을 속도감 있게 실행할 수 있는 인물을 주요 보직에 앉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시눈=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