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서 엉뚱한 제품 잘못 보내고 나몰라라...오픈마켓, 중개 시늉만?
전상법상 반품 가능…배송비도 판매자 부담
2024-11-25 이은서 기자
#사례2= 충북 충주에 사는 정 모(여)씨는 지난 11일 가구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2만 원의 가습기 받침대를 구매했다. 이틀 뒤 받침대가 아닌 주문하지 않은 가습기가 배송됐다. 오늘의집 고객센터에 문의한 뒤 “18일에 상품 수거와 교환 제품 출고하겠다”는 안내를 받았으나 당일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다시 고객센터에 문의 후 “21일에 제품을 출고시키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상품 수거만 진행될 뿐이었다. 정 씨는 “엉뚱한 상품이 배송됐는데 판매자는 연락두절에 상담사 말과 달리 제품은 오지 않고 있다. 나는 어디에서 도움을 받으라는 건가”라며 분노했다.
오픈마켓 판매자가 주문과 다른 엉뚱한 상품을 보내 놓고는 소비자의 정당한 반품요구를 거부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픈마켓은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판매자에게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는 실제 내용물이 주문한 상품과 다를 경우 청약철회가 돼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에 따라 오픈마켓은 사이트 이용 시 발생하는 소비자의 불만의 해결을 위해 신속히 조치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실제론 판매자의 답변을 전달하는데 그치거나 판매자와 직접 해결하라며 미루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지적이다.
2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오픈마켓에서 주문한 것과 달리 엉뚱한 상품이 배송됐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된다.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알리익스프레스 등 대형 오픈마켓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전기자전거용 배터리를 주문했는데 전기공구용 배터리가 발송되는 것처럼 유사한 성격의 상품이 잘못 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전제품의 경우 사양이 다른 모델이 배송돼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이 경우 입점 판매자들의 부주의로 다른 상품이 배송된 경우로 추측된다.
하지만 응원봉을 샀는데 장난감을 보내는 등 전혀 다른 상품이 오는 황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
상품명과 대표 이미지, 상세페이지에 나와 있지 않은 상품이 옵션 중 기본으로 설정된 경우 이를 모르고 구매한 소비자들의 실수도 더러 발생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청약철회)에는 상품이 표시·광고의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상품을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때 반환에 필요한 비용은 물론 소비자에게 물품을 배달할 때의 배송비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라 엉뚱한 상품을 배송 받았을 때는 즉각 반품이 가능하고 그 비용 부담도 판매자 몫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판매자가 막무가내식으로 반품을 거절하고 본인 과실임에도 소비자에게 반품비를 요구하거나 심지어는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의 경우 영세업자들이 많다 보니 중개업체에서 적극 나서지 않으면 실제로 소비자들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오픈마켓 차원에서도 적극 중개하지 않는다는 게 소비자고발센터에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오늘의집 등 오픈마켓 플랫폼들은 판매자의 과실로 인한 오배송일 경우 적극 중개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적극 중개'라는 규정 자체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늘의집 측은 “고객센터로 소비자가 오배송 관련 문의를 할 경우 업체와 소비자에게 적극 회신을 하고 있다. 필요 시 일정 포인트도 지급한다. 위 정 씨의 사례도 판매자의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불편함을 고려해 5000원 포인트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쇼핑 측은 “판매자 과실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판매자와 소비자 간 조율을 위해 적극 중개한다. 판매 약관에도 이러한 내용을 판매자들이 명시하도록 고지한다”고 밝혔다. 쿠팡도 이같은 경우 상담사가 사실 파악 후 빠르게 조치한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픈마켓은 영세한 판매자들이 많다 보니 관계부처에서도 강제로 일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 사실상 영세업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곳은 플랫폼이라 각 플랫폼들은 고객센터 활성화를 통해 중개업체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자상거래법에 오픈마켓과 같은 통신판매업체가 적극 중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는 선언적인 규정일 뿐이라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전자상거래법 제20조(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와 책임)에는 통신판매중개자는 사이버몰 등을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불만이나 분쟁의 해결을 위해 원인 및 피해의 파악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