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상품권 10조 시대의 그늘 ②] 회사서 명절 선물로 받은 상품권 한달만에 휴지조각…연장·환불불가 속터져
2024-11-27 송민규 기자
# 서울에 사는 구 모(여)씨는 회사에서 모바일상품권으로 백화점 상품권 30만 원을 받았다. 유효기간이 30일로 명시돼 있어도 환불이나 연장이 될 줄 알았으나 오산이었다. 유효기간 만료로 고객센터에 연락하니 B2B 상품권은 환불, 연장이 안된다고 안내했다. 상품권을 구매한 회사 담당자가 직접 문의해도 답변은 같았다. 구 씨는 “30만 원이 한달도 안돼 휴지조각이 됐다”며 망연자실했다.
# 인천 연수구에 사는 노 모(여)씨는 자동차보험을 가입하고 이벤트로 백화점 모바일상품권을 받았다. 상품권 이미지에 유효기간은 기재돼 있었으나 환불 규정이나 기간 연장에 대한 내용은 없어 의아했다는 노 씨. 그는 “만료 기한이 도래해도 알림이 없고 기간 연장도 불가능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광주 북구에 사는 윤 모(남)씨는 통신상품을 가입해 받은 백화점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간이 2개월로 짧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상품권 발행업체에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기한이 만료되면 자동소멸된다’고 안내했다. 윤 씨는 “이벤트로 받은 쿠폰이지만 2개월이라는 유효기간이 너무 짧고 연장도 안 되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모바일상품권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짧은 유효기간'에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모바일상품권은 규정이 거듭 개선되며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해졌고 그 기간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문제되는 부분은 주로 경품이나 사은품, 기업 상여 명목으로 받은 경우다. 이같은 성격의 모바일상품권은 연장이 되지 않고 유효기간도 1개월~6개월로 현저히 짧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일반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간 최대 5년, B2B상품권은 2, 3개월
유효기간 문제는 모바일상품권 시장이 확대되면서부터 본격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까지는 사업자가 마음대로 유효기간을 설정할 수 있어서 그 기간이 제각각인데다 대체로 너무 짧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6년 1월 신유형 상품권 이용 약관을 통해 △물품 및 용역 제공형 상품권은 3개월 이상 △금액형 상품권은 1년 이상으로 기본 유효 기간을 설정하도록 했다.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년까지 3개월 단위로 유효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유효 기간 만료 임박 사실과 유효기간 연장 방법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약 5년이 지난 2020년 12월에는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물품·용역, 영화예매 등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도 금액형 상품권과 동일한 1년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또한 환불 사항 표시 의무와 유효기간 도래 관련 통지 의무를 강화했다.
두 차례에 걸친 표준약관 개정으로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는 모바일상품권의 유효기간 관련 불만은 대부분 해소됐다. 하지만 경품, 사은품 등으로 받는 일명 B2B 모바일 상품권은 약관의 적용을 받지 않아 유효기간 이슈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올해 1월~11월까지 제기된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간 불만을 집계한 결과 70%가 기업용으로 판매되는 B2B 모바일상품권이었다. 선물하기 for Biz(카카오), 비즈콘(11번가), 기프티쇼 비즈(KT알파), GS&쿠폰(GS엠비즈) 등 판매업체도 다양하다.
B2B 모바일상품권은 교육 상품, 이동통신·인터넷, 가전 구매, 보험 가입 시 기업이 고객에게 사은품이나 경품 등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43.8%로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직장에서 명절이나 생일 복지용으로 또는 상여금 명목으로 받은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간에 관한 불만도 27.1%로 3분의 1가량 차지했다.
B2B 모바일상품권 관련 불만은 △일반 모바일상품권 대비 짧은 유효기간 △유효기간 연장 불가 △유효기간 만료 임박 전 안내 없음 △유효기간 만료 후 환불 불가 3가지로 모아진다.
B2B 모바일상품권들은 유효기간이 짧으면 1개월 길어도 6개월 이내다. 환불이나 연장도 불가능하다. 상품권 이미지 내에 유효기간 관련 안내가 돼 있어 기간 연장이나 환불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 B2B 모바일상품권, 대량 할인구매해 표준약관 적용 제한
B2B 모바일상품권 관련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는 데는 기업이 대량으로 구매해 할인가가 적용되는 데다가 소비자에게도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점 때문에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신유형상품권 표준약관'에서는 '발행자가 신유형 상품권을 고객에게 전액 무상 제공한 경우'에는 표준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여기서 발행자는 상품권을 구입한 기업도 해당된다. 결국 소비자들이 신경쓰지 않으면 휴짓조각이 되기 일쑤다.
지난해 윤관석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기프티쇼가 201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7년간 판매한 모바일상품권 중 유효기간 만료로 소멸된 규모가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신유형 상품권’의 경우 유효기간이 경과해도 상사채권 소멸시효인 5년 이내 상품권은 구매액의 90%를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에서도 같은 규정을 두고 있으나 무상으로 받은 경우 표준약관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
공정위에서는 "B2B 모바일 상품권은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적용대상이 아니라 유효기간 연장 불가 및 환급 불가한 사안은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모바일상품권 판매업체들은 공통적으로 "기업용으로 판매되는 상품은 구입하는 기업에서 상세 조건을 선택할수 있다. 유효기간, 연장 가능 여부, 환불 가능 여부에 따라 단가가 달라진다. 구매하는 기업에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업체에서는 모바일상품권을 문자로 발송하는 역할까지만 대행한다. 문자 발송 이후에는 개인정보 사용 목적이 달성돼 즉시 폐기하고 있다. 그래서 유효기간 임박 안내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기간 만료 7일 전에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며 "만료일을 알리면서 연장 불가와 환불 불가도 같이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용이라 하더라도 일반 모바일상품권과 마찬가지로 판매처에서 유효기간 임박 관련 알림을 두 세 차례는 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