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인 기한내 해주면 그만이라고?...신축 아파트 하자로 하루하루 고통인데 시공사는 AS '질질'
담보책임 기간 내 접수 후 수리 밀리면 시공사 책임
2024-11-28 이설희 기자
#사례2=경기도 안성에 사는 황 모(남)씨는 지난 1월 도급순위 20위권에 있는 B건설사 브랜드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사전점검에서 바닥 타일이 깨진 것을 확인하고 하자 접수했다. 하지만 수 개월이 지나도 보수를 받지 못했다. 심지어 AS센터 담당자는 몇 개월 동안 출근도 하지 않는 상황. 황 씨는 “시공사는 AS 업체에 문의하라고 하는데, AS업체는 시공사에 문의하라고 한다. 입주민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례3=서울 강동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8월 도급순위 20위 권 내의 중견 건설사 C업체가 지은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 이뤄진 사전 점검에서 변기 누수를 확인했다. 거실 창틀과 아트월에서도 하자가 발견됐다. 당시 바로 보수 신청했지만 입주 후 한 달이 지나도록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황 씨는 “변기에서 누수가 발생하는 심각한 하자에도 건설사는 마냥 미루기만 한다. 변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정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사례4=인천 남동구에 사는 심 모(여) 씨는 지난 6월 중견 건설사인 D사가 시공한 아파트에 입주했다. 아래층 복도에서 입주 전부터 누수가 발견돼 시공사에 원인 파악을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심 씨는 "누수 원인이 공용배관 문제인지, 우리집 문제인지 확인하고 싶은데 시공사는 미루기만 한다"며 "복도 누수로 아래층 사람들은 아직 입주도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신축 아파트의 하자보수가 수개월씩 지연되며 입주민들이 불편·불안을 호소하는 일이 빈번하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시공사는 항목별로 최소 2년~최대 5년까지 하자 담보책임이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방해받을 정도의 하자도 법적 책임 기간이 도래할 때까지 미뤄지며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또 계속 늦어지다 담보기간을 넘기거나 재보수가 필요한 경우 제대로 AS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진다.
28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신축 아파트 시공사들이 하자 보수 대응을 제때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주)한화 건설부문 ▲DL건설 ▲두산에너빌리티 ▲제일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드는 대형 건설사부터 대우산업개발, 서희건설, 중흥토건 등 중견 건설사까지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그러나 입주민들이 겪는 생활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공사들은 2~3년 법적인 책임기한내 처리하면 문제가 없어 느긋하지만 입주민들은 하루가 시급한 사안이다보니 불만과 민원이 터질 수밖에 없다.
입주 전 사전점검부터 하자 내용을 알렸으나 입주 후 1, 2년이 다 되도록 보수해주지 않는다는 경우가 대다수다. 상당 부분은 타일 불량, 벽지 손상, 마감 미흡 등 일반적인 문제지만 옵션으로 선택한 가구가 설치되지 않거나 베란다, 거실 등 실내 누수, 곰팡이, 변기 수압 불량 등 일상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시공사 AS 관련 앱이나 사이트를 통해 하자 보수 신청 후 별도 AS 없이 '처리 완료'로 바꿔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AS센터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자재 수급 중이다', '하청업체와 일정 조율 중이다'라는 등 이유로 미뤄지기도한다. 담보책임기간이 지나더라도 AS를 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는 기간이 지났으니 의무가 없다고 배짱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아파트 하자 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하자 담보책임기간은 ▲마감공사 2년 ▲옥외공사·설비공사·단열공사 등 3년 ▲건물 구조·안전상 하자 등5년이다. 이 기간 내에 발견된 하자들은 시공사가 무상으로 보수해야 하며 이를 수행하지 않을 시 법적인 책임을 진다.
담보책임기간 내 보수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진행 과정에 있다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보니 소비자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마냥 기다려야 한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특히 하자보수를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담당하지 않고 하청업체에 맡기는 경우에는 시공사-AS센터-소비자들의 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적으로 AS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 중견 건설사나 소형 건설사들은 하청업체에 AS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가끔 담보책임기간이 지나더라도 AS에 문제가 발생하면 처리하고 있다. 보수 신청이 들어왔는데 담보책임기간이 지났다고 AS를 해주지 않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AS센터와 시공사 소통 문제로 늦어지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자가 발생해 AS를 신청한다고 해도 처리 순서라는 게 있다 보니 빠른 대응이 어렵다. 게다가 시공사가 AS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면 오래 걸리기도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하자보수 기간 내 접수했지만 처리가 안 된 경우라면 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봤다. 이 담당자는 "담보책임기간 이후 하자보수가 접수된 것은 시공사가 AS를 해줄 의무는 없지만, 기간 내에 신청한 것은 시공사가 AS 의무를 진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