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기술기업 경영관리 실패한 MBK...20조 고려아연은?

2024-11-27     유성용 기자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과거 다수의 투자에서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IB업계에 따르면 MBK가 2009년 인수한 기술 중심 기업 영화엔지니어링은 7년 만에 법정관리를 받게 됐고 이후 헐값에 매각된 것으로 전해진다.

MBK가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영화엔지니어링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기술력 우수 기업이었다. 2000년 이후 연평균 42%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158억 원이던 매출이 2008년 2600억 원까지 늘었다.

업황 문제도 있었지만 MBK의 경영 통제 아래 기술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적 경쟁력 화보 대신 투자금 배당 및 회수를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화엔지니어링은 MBK에 인수된 지 5년째인 2013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고 2014년 3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임직원의 70%가량을 감원했다. 2015년에는 매출도 838억 원으로 급감했다. 2016년 3월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MBK는 2017년 영화엔지니어링을 496억 원에 매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000억 원 규모의 기술 중심 중견기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사례가 있는 MBK가 20조 원대 시가총액의 글로벌 기술기업인 고려아연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온다.

기술 중심 기업에 대한 경영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MBK의 한계점이 고려아연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엔지니어링의 경우 뛰어난 기술력과 시장지위에도 불구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보다는 외형 확대에 치중하다 실패했는데, 이는 기술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다.

단기 수익 추구로 인해 기술투자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적 기술개발보다 단기성과에 치중할 경우 50년 이상의 기술 축적과 지속적인 R&D(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고려아연 같은 첨단 소재기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고려아연은 단순한 제조업체가 아닌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의 선도기업이자,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을 보유한 첨단 기술기업이다. 25년간 9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고, 연구개발과 신사업 발굴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에서 영화엔지니어링 같은 실패가 발생한다면 비철금속 세계1위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국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