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까지 '탈은행'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뚝심...신임 CEO 8명 중 5명 '비은행'
2024-12-02 김건우 기자
이 달 중순으로 예정된 비은행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도 양 회장의 파격 인사 기조가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말 대표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KB금융 계열사는 ▲KB증권(김성현·이홍구) ▲KB국민카드(이창권) ▲KB라이프생명(이환주) ▲KB데이터시스템(김명원) 등 4개 계열사, 대표이사 5명이다.
◆ 양 회장 취임 후 비은행 인사 중용 기조... 연말 인사에도?
KB금융은 지난 달 27일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에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내정했다. 당초 이재근 은행장의 재연임이 예상됐다는 점에서 깜짝 인사였는데 보험 계열사 대표이사를 은행장으로 내정한 것은 KB금융 역사상 처음이다.
이 내정자는 KB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대표와 경영기획그룹 대표를 지낸 뒤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을 맡은 은행 출신 인사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초 KB생명 대표이사에 임명됐고 이듬해 통합 KB라이프생명 초대 대표이사로 활약하는 등 최근에는 보험업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양 회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단행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 비은행 출신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양 회장 취임 이후 신규선임 혹은 연임된 계열사 대표이사는 총 10명인데 그 중 김성현 KB증권 IB부문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를 제외한 8명은 신규 선임된 인물이다.
특히 신규 선임된 8명 중에서 KB금융지주 혹은 KB국민은행에서 이동한 인물은 빈중일 KB캐피탈 대표, 서혜자 KB저축은행 대표,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 등 3명에 불과하다.
반면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송영석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계열사 내부 승진으로 발탁됐다. 이 중 KB손해보험과 KB증권은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1~2위를 다투는 핵심 계열사다.
비은행 출신 대표이사가 임명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은 올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파격 인사에 보답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7400억 원, KB증권도 51.4% 늘어난 5468억 원을 기록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양 회장의 이러한 파격 인사가 비은행 수익 비중이 높은 KB금융의 특성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7% 포인트 상승한 44%였다. KB국민은행이 지난 1분기 H지수 ELS 관련 충당부채(8600억 원)를 대거 쌓아 은행 실적이 하락한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신한금융(26%)과 하나금융(17.3%) 등 타 지주사 대비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기여도가 매우 높다.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도 최근 3년 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주요 비은행 계열사 4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853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1조7498억 원)을 넘어섰다. 연간 기준 2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비은행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커지면서 금융그룹 전체 실적 확대를 위해서는 은행-비은행 시너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KB금융 측이 은행장 후보 내정 배경을 "은행과 비은행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야한다는 KB금융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한 이유다.
무엇보다 양 회장 역시 은행 출신이면서 KB손해보험 대표이사를 5년 간 역임한 뒤 지주사 회장에 오른 인물로 은행과 비은행 시너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큰 폭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은 취임 이후 부터 비은행 강화를 통한 은행-비은행의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강조한 만큼 향후 조직 개편이나 인사방향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반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