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개발 '자율'이라 해놓고 툭하면 판매 중단...보험사들 "당국 과한 개입" 볼멘소리

2024-12-05     이예린 기자
최근 암 주요 치료비와 상해질병치료지원금 등 주요 특약을 포함한 비례형상품이 금감원 권고로 판매 중단되면서 보험사들의 고심이 깊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상품 개발에 힘써야 하는 상황인데 새로운 상품 판매가 당국으로부터 지속 발목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암 주요치료비, 2대 질환 주요치료비, 상해질병치료지원금 등 의료비 지출을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하는 비례형 상품의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 불호령 다음날 바로 판매를 중단하거나 이달 1일 판매중단을 선언하는 등 큰 소동을 치렀다. 금감원은 손보사 관계자들을 호출해 비례형 담보 판매가 중단된 이후 민원이 제기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암 주요치료비의 경우 올해 초부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를 위주로 판매가 시작됐다. 이어 삼성생명과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DB생명 등 생보사들도 보장 금액을 늘리며 참전했다.

금감원의 발목잡기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앞서 3월 금감원은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NH농협생명, 신한라이프, 하나생명, DB생명, 푸본현대생명, ALB생명 등 주요 생보사들이 효자상품으로 여기던 단기납 종신보험 규제를 강화했다. 과열경쟁으로인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이유였다.

이어 4월에는 갑상선암·기타피부암 등을 대상으로 일반 진단비보다 약 20배 비싼 고액의 유사암·소액암 진단비를 보장하는 손보사들의 암보험상품 역시 과열경쟁 우려로 제동이 걸렸고 손보사들은 줄줄이 판매를 중지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과다경쟁은 건전성 악화와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고 보험업법과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료비에 자기 부담금까지 모두 보험상품으로 보장해준다면 과잉진료를 유발할 소지가 있고 도덕적 해이를 막기 어렵다"며 "소득과 무관하게 보장해주는 구조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상품이 시장에 나온 후 판매제동이 반복되는 이유는 상품심사제도에 있다. 현재 상품보험상품은 자율이 원칙이다.  2008년 이전에는 상품심사제도가 '신고 후 제출'이었지만 신속한 상품개발이 가능하도록 요율확인을 제외한 상품은 자율상품 개발로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이같은 판매후 중단 사태가 잇다르자 지난 10월 개최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3차 개혁회의에서는 보험상품 개발·판매 절차 전반을 상품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심의·의결 내용을 대표이사에 보고해야 하는 등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보험업계는 이같은 감독원의 제동이 시장 자율성을 저해하는 과한 개입이라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화시장인 보험업계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 노력에 당국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건전성은  회사가 책임져야할 사안이고 오히려 판매제동으로 인한 절판마케팅으로 불완전판매가 더 심해지는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