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두산에너빌리티·로보틱스 분할합병 절차 중단

2024-12-10     정우성 기자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로 넘기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중단됐다. 주가 급락으로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 매수 청구권 규모가 지나치게 커진 데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큰손들이 찬성 표를 던지지 않기로 한 결과다.

10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분할합병 계약 해제에 따라 분할합병 관련 모든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가와 주식 매수청구가격 간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며 “대량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임시주총 소집을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각각 열고 분할합병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비상계엄 여파에 따른 주가 하락이 큰 장애물이 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10일 1만718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18% 이상 하락했다.

10일 두산로보틱스도 5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주가 하락률이 19%가 넘는다.

이같은 주가 하락은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을 높였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주식을 사갈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회사가 정한 청구 가액과 주가와의 차이가 중요하다.

◆두산에너빌 6.9% 보유한 국민연금도 사실상 기권

두산에너빌리티의 매수 청구가액은 2만890원이고 두산로보틱스는 8만472원이다. 그 경우 그보다 주가가 크게 낮은 현 상황에서는 청구에 응할 주주들이 훨씬 많아진다. 회사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분할합병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식 매수 청구 규모 한도를 6000억 원으로 정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도 사실상 기권을 선언했다. 9일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안건을 조건부로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건은 10일 각 회사 주가가 공개 매수 가격보다 높을 것으로 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 6.94%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반대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총회에서 통과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분할합병 안건은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앞서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CalPERS), 캐나다 공적 연금(CPPIB)과 브리티시 컬럼비아 투자공사, 캘버트리서치&매니지먼트, 뉴욕시 5개 연금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두산에너빌리티가 추진 중인 두산로보틱스와의 분할합병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9월 말 기준 ㈜두산 측은 두산에너빌리티 30.67% 지분을, 두산로보틱스 68.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는 자회 두산밥캣(지분율 46.06%)을 분리한 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주주들 반발에 철회했다. 이후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재추진해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