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유상 옵션 취소 '하늘의 별 따기'…공정위 시정에도 불공정약관 해결 안돼

소비자 권리 보호 미비

2024-12-13     이설희 기자
#사례1=부산에 사는 배 모(남) 씨는 중견 건설사 A업체에서 시공한 아파트에 입주 전 유상옵션 6가지를 계약했다. 지난 6월 입주를 앞두고 옵션 상품이 시공은커녕 발주도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취소하려고 했지만 시공사는 이를 거절했다. 이후 시공사 측은 배 씨의 의사와 상관없이 옵션을 설치하고 가버렸다. 배 씨는 “발주 전에는 취소가 가능하다고 해서 철회를 요청했지만 임의로 설치해버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2=경기도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021년 도급순위 최상위 유명 브랜드 B건설사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모델하우스에서 줄눈업체와 유상 옵션도 계약했다. 김 씨는 입주를 앞두고 옵션 취소를 요청했으나 담당자는 취소를 거부했다. 김 씨는 “시공사는 옵션 업체에 문의하라고 하는데, 옵션 업체는 시공사에 문의하라고 한다. 입주민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례3=경기도에 사는 한 모(남)씨는 지난 2021년 도급순위 60위 권 내의 중견 건설사 C업체가 지은 아파트 계약 당시 냉장고를 유상 옵션으로 선택했다. 당시 모델하우스 직원은 입주 시점 최신 제품 설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입주를 앞두고 확인해 보니 2024년 최신 모델이 아닌 단종 예정인 2020년 생산 모델이 설치된다는 것 알게 됐다. 취소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 씨는 “4년 전 생산 모델이 설치되는 줄 알았으면 누가 계약을 했겠는가. 심지어 최신 모델보다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신축 아파트 계약 시 선택했던 유상 옵션의 계약 철회, 품질 등 문제를 두고 소비자와 시행사, 시공사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아파트 옵션거래와 관련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 발주와 공사를 착수하기 전까지는 옵션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취소 요청을 한 뒤에 옵션을 설치해 버려 아예 철회를 막는 경우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다.

1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신축 아파트 유상 옵션과 관련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옵션 계약 후 취소와 관련한 내용이 차지했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권에 드는 대형 건설사부터 대우산업개발, 신태양건설, 동문건설 등 중견 건설사까지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갈등이 잦다.

베란다 확장처럼 시행사, 시공사와 직접 옵션을 계약하는 경우도 있으나 모델하우스 등에 입점한 옵션업체와 계약을 맺었다가 분쟁이 발생하는 일도 적지 않다. 

선분양제인 국내 분양 시장 특성상 유상옵션 품목을 사전에 발주하는 시행사와 시공사는 취소 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옵션계약 해지에 방어적이다.

발주나 설치 전 취소도 마찬가지다. 시행사와 시공사, 옵션 업체 등은 계약 물량에 따라 계약금을 다르게 책정하기 때문에 공사 전이라고 해도 취소 시 손해를 보게 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소비자가 원할 경우 계약서가 명시된 시점 및 자재 수급 일정에 따라 위약금(계약금)을 지불한 뒤 취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 2016년 전까지는 아파트 옵션 계약 체결 이후나 특정 시점 이후에는 소비자가 옵션 상품 계약 해제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아파트 옵션 상품은 공급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하는데 일부 계약서에서 해제권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옵션 설치를 취소하기 위해 대금을 미납하면 아파트 입주마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3월 공정위가 관련 내용을 시정한 이후로는 옵션 발주 혹은 설치 전에는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약관이 변경됐다. 또 옵션 상품 대급 미남 시 입주 자체를 제한하던 조항도 함께 삭제됐다.

그러나 유상 옵션에 대한 표준약관이 마련되지 않아 건설사별로 취소 조건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옵션에 대한 책임 범위도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 측은 “지난 2016년 전까지는 건설사들이 유상옵션 취소를 일괄적으로 거부하거나 계약금 규모를 비정상적으로 높게 설정해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며 “이같은 관행은 불공정 거래에 해당되기 때문에 상당 부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계약금을 10%로 설정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1차 중도금 납부 이전'까지는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중도금을 납부했더라도 건설사가 인정한다면 취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전에는 아파트 옵션 선택이 베란다 확장 등 일부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시스템 에어컨 등 설치 시 설계부터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현재 옵션 계약 시스템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