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결산-가전·IT] 찜통 더위에 계절가전 민원 빗발...중국 로봇청소기 AS 불만도 급증

2024-12-19     송혜림 기자
올해 가전·IT 부문 소비자 민원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가전업체들의 자구적인 서비스 개선 노력과 더불어 고물가로 인한 가전 시장 침체로 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가전·IT 관련 제보는 88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910건)보다 0.3% 감소했다.

생활가전과 난방기기, 스마트폰 관련 소비자 민원은 줄었으나 유일하게 렌탈 민원은 전년 대비 증가해 개선이 필요했다. 올해 렌탈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출시한 얼음정수기 열풍과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잇따라 렌탈 시장에 참전하면서 관련 소비자 민원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 역대급 찜통 더위에 계절가전 에어컨·얼음정수기 민원 속출

올해는 장기간 지속된 찜통더위로 에어컨과 얼음정수기 등 계절 가전과 관련된 소비자 민원이 폭주했다.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10월까지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민원이 월별로 고르게 다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오택캐리어, 위니아 등 주요 가전 업체들을 중심으로 에어컨 수리 부품이 부족해 제품 수리가 길게는 수개월이 걸렸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냉난방기 제품 부품 보유 기간은 8년이다. 그러나 구매한 지 1~2년 채 되지 않은 신제품도 부품이 없어 AS가 지연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부품이 단종된 경우 사용기한에 따라 감가 상각한 금액을 환급해주지만 그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민원도 눈에 띄었다.

업체는 소비자가 수리를 의뢰한 날로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제품 인도를 하지 못하면 동일 종류의 제품으로 교환 및 환불해야 한다. 그러나 업체들은 부품 수급을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하며 제품 수리를 무기한 지연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올해 폭염이 이어지며 판매 수혜를 입었던 얼음정수기도 소비자 피해가 급증했다. LG전자와 코웨이, SK매직,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교원웰스 등 렌탈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제품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꾸준하게 관리 받는 정수기 곳곳에 곰팡이, 물 때가 끼어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주로 얼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녹은 얼음이 나왔다는 불량 민원이 대다수였다. 출수구 및 얼음통 곰팡이, 누수, 소음, 냄새 등 품질 문제도 잇따랐다. 성수기를 맞아 업체별로 AS가 몰리면서 얼음정수기 필터 배송 및 수리 지연에 대한 민원도 다수 제기됐다.

정기적으로 관리 받는 제품인데도 곰팡이가 피어 있거나 물 때가 끼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관리 점검 당일 제품이 고장 나 담당자들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소비자들의 비난이 눈에 띄었다.

◆ ‘로봇청소기’ 돌풍 이면엔 AS인프라 부족·해킹·정보 불공개 등 문제 속출

올해 눈에 띄게 늘어난 민원은  로봇청소기 관련이었다. 

국내에선 로보락과 드리미, 에코백스, 나르왈 등 중국 업체들이 로봇청소기 시장을 선점 중이다. 이들 업체들은 AS를 직영 센터가 아닌 국내 판매 총판에 맡기고 있어 부족한 AS센터 수가 문제가 됐다. 때문에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수리 기사가 부족해 AS가 수개월 지연되거나 고객센터 전화 연결이 어려웠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됐다.

무선청소기 초기 도입 당시 주로 제기됐던 짧은 작동시간에 대한 불만이 일부 로봇청소기브랜드에서도 제기됐다. 또 로봇청소기가 청소 중 고가의 카페트를 손상시키거나 식탁 의자 다리를 훼손하는 등 문제도 발생했다. 이 경우 제조사들이 미리 중요 물건을 치워두지 않은 소비자를 탓해 갈등을 빚었다. 몇몇 중소 브랜드 제품은 주문 후 배송이 두 달 이상 지연되다 결국 쇼핑몰이 폐쇄돼 소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 애플 아이폰16, 버그·패닉풀 등 오류 다발...재고 확보 미흡으로 배송 지연까지

모바일 부문에선 지난 9월 출시된 아이폰16 시리즈 관련 소비자 민원이 빗발쳤다. 아이폰16은 출시 당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기기 이용 중 전원이 꺼지고 켜지지 않는 ‘패닉풀’ 현상이 다발하며 이슈됐다. 이 밖에도 터치스크린 무반응이나 일부 기능 미작동, 배터리 소모량 증가 등 여러 소프트웨어적 문제도 다수 발생했다.

그러나 애플 측은 ‘다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다리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 구체적인 해결 방안 및 보상안을 제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 2022년 출시한 아이폰14 시리즈에서도 동일 문제가 반복됐기에 애플은 단말기 품질 검사가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또 아이폰16 시리즈는 출시 당시 국내 초도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아 재입고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전국적인 배송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기기 결함 시 교환받을 새 단말기도 부족해 통신사를 통해 임대폰을 대여 받는 등 갖가지 불편을 겪어야 했다.

◆ 겨울철마다 전기매트 화재 빈번...화상 입고 침구류 타고
 
▲전기 매트가 과열로 인해 불이 난 상태

난방기기 부문에선 전기매트 화재가 겨울철 대표 소비자 피해 유형으로 꼽힌다. 난방매트 화재는 대부분 열선 과열로 발생하는데 주로 취침 시 사용하다 보니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신체 화상은 물론 매트와 함께 사용하는 매트리스, 이불 등 침구류도 함께 타버리는 재산상 피해로도 이어졌다는 피해도 적지 않다.

전기매트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스팀보이, 일월, 한일 등 군소업체들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다수 제기된다. 제조사가 군소업체인 경우 돌연 폐업하거나 사명을 바꿔 피해 보상은 물론 제품 환불조차 받지 못했다는 소비자 민원도 속출했다.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항의해도 전기 매트를 잘못 사용했다며 개인 과실로 치부하거나 보상하더라도 동일 제품 교환 외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만을 샀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설계상 안전성이 결여된 하자로 손해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어 사실상 소비자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업체별 이용약관이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침구류 화재 등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도 미비해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경동나비엔·귀뚜라미·린나이·대성쎌틱 등 보일러는 고장나면 제품 결함과 설치 과실을 두고 브랜드 측과 대리점이 책임 공방을 펼쳐 소비자들이 피로를 호소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