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하면 돈 못빼요"...해외선물 고수익 미끼로 돈먹고 잠수타는 리딩방 기승
증권사·ETF 브랜드까지 사칭
2024-12-25 이철호 기자
이들 중에는 특히 국내외 증권사·운용사 등 금융사를 사칭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 해외선물 투자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네이버 카페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해외선물 리딩방으로 안내받고 전달받은 링크를 통해 사설 해외선물 대여업체의 유사 거래 앱이나 HTS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거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가입한 리딩방에서는 주식정보 제공업체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수익을 인증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개중에는 회원들에게 투자금을 일부 지원해 준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해 피해를 키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리딩방들은 회원이 입금한 투자금을 편취하고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회원이 수익금을 인출하려 할 때 단타매매나 프로그램 매매 등의 불공정 거래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출금을 거부하는 것이다.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추가 투자금을 회원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흘러 원금을 복구하거나 수익을 낸 소비자가 출금을 요청할 경우에는 리딩방에서 추방시키거나 잠적하기 일쑤다.
결국 한 번 입금을 하면 다시는 출금 받지 못하는 셈이다. 손실이 날 경우 원금 회복을 위한 추가 투자금 요구에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불법 해외선물 리딩방에 가입한 직장인 김 모(남)씨는 "수익을 거둬 출금을 요청하자 리딩방에서 초단타 거래라는 핑계를 대며 출금을 거부하고 계속해서 거래를 유도했다"며 "이후에도 손실 없이 수익을 유지하자 리딩방에서 강퇴당하고 수익금을 그대로 빼앗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심지어 최근에는 증권사나 운용사를 사칭한 사이트를 만들고 회원을 모집하는 해외선물 사기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증권사 임직원, 고객센터인 것처럼 회원을 속이고 투자금을 요구하다 회원을 내쫓거나 잠적하는 것이다.
네이버 카페, 보배드림 등 주요 커뮤니티를 통해 해외선물 사기 사례를 확인한 결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사칭한 사례를 다수 찾을 수 있었다. 개중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등 유명 ETF 브랜드를 사칭한 경우도 있었다.
해외선물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실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해외선물 투자 수익을 미끼로 4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가로챈 리딩방 사기 일당이 검찰에 넘겨진 데 이어 11월에도 해외수익 투자금 명목으로 101억 원을 받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러한 투자사기 피해를 겪지 않으려면 정식으로 해외선물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나 선물사에서 거래하고 SNS에서 의심스러운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리딩방 운영자·업체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투자자문업자인지 확인해야 한다. 리딩방 운영자가 미등록 투자자문업자인 경우 투자사기를 비롯한 불법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해외선물 거래사기를 비롯한 불법 리딩방 피해가 이어지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검찰·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불공정거래 조사·심리 기관 협의회'를 통해 투자자 피해 우려가 크고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 수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0월 말 네이버·카카오 등과 함께 불법 해외선물 투자 등 불법금융 정보 유통방지를 위해 협력하고 관련 정보 모니터링, 자율조치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년 해외선물 투자사기로 인한 피해 사례가 나타남에 따라 수시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통해 이를 알리고 사기 사이트를 차단하는 한편 제보된 내용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