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새해 경영과제②] 신한은행, 실적·내부통제 압도적 성적표...올해 영업력 강화로 위기 돌파

2025-01-07     박인철 기자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규제 강화로 시중은행들은 올해부터 이자이익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연말 인사에서 5대 시중은행 중 4곳의 수장이 바뀔 정도로 은행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의 당면 과제와 타개책 등을 살펴보면서 2025년 은행권 경영전략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신한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장이 바뀌지 않았다. 6년 만에 리딩뱅크 탈환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2+2년’이란 이례적 조건으로 정상혁 은행장에 힘을 실어줬다. 신한금융 인사에서 2년 임기를 보장받은 건 정 행장이 유일하다.

이유가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순이익이 3조1028억 원으로 은행권 중 유일하게 순이익 3조 원대를 기록했다. 아직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2위 하나은행(2조7808억 원)과 격차가 커 연간 실적 기준 리딩뱅크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신한은행이 마지막으로 리딩뱅크에 오른 해는 2018년이다. 
 


정 행장은 2023년 2월 전임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갑작스럽게 은행장 임기를 시작했다.

정 행장은 취임 이후  '신한 슈퍼SOL통장' 출시, '신한 슈퍼SOL 포인트 적금'을 내놓는 등 디지털 전환 전략을 적극 추진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고객에 필요한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플랫폼 'AI Studio'를 전 영업점에 확대 도입하는 등 고객 편의에도 주력했다.

그는 글로벌 현지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발로 현장을 누볐다. 부임 기간 베트남, 영국, 카자흐스탄 등을 찾아 현지에 맞는 사업 다변화를 모색했는데 성과가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신한은행 해외법인의 순이익은 4343억 원으로 전년 동기(3502억 원)보다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1546억 원), 하나은행(1204억 원), KB국민은행(-788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정 행장 부임 기간 6개의 지점을 신설하는 등 52개 지점을 보유하며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내부 통제 면에서도 신한은행은 합격점이었다. 올해 3분기까지 금융사고 4건, 금액은 13억 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적었다. 지난해 9월에는 금융권 최초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며 솔선수범을 보였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보이스피싱 사고 예방 시스템을 개선하고 ‘신한 슈퍼SOL 금융안심보험’을 출시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보상, 착오 송금 회수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성공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부터는 녹록치 않다.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금융당국발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될 경우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 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 분기별 순이자마진(NIM) 추이

이자부문의 수익성 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신한은행의 분기 NIM(순이자마진)은 지난 1분기 1.64%를 기록한 뒤 2 분기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새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시 NIM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신한은행은 지난해 우리은행, 하나은행과 함께 연간 경영계획보다 대출실적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에서 지난해 초과분을 제외할 것을 고려하고 있어 올해 대출성장 측면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신한은행은 영업력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기업영업을 통합했고 현장 영업력 강화를 위해 영업지원본부 부문을 개편하면서 기업금융 및 자산관리(WM) 부문 강화를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기관솔루션그룹을 신설했고 기존 영업추진4(WM)그룹에 속했던 WM 영업 관련 조직은 PWM 본부로 재편해 영업추진1그룹에 포함됐다. 이달에는 'AI투자메이트' 서비스도 출시해 과거 수익률과 시장 흐름 정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내재화해 금융 편의성을 높이고 ‘땡겨요’, ‘헤이영캠퍼스’ 등 내부 플랫폼의 솔루션 차별화를 통해 고객 접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배달앱 서비스 땡겨요는 작년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수업무로 인정 받아 올해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정 행장은 유임됐지만 임원 인사에서 부행장 절반 이상이 교체되고 1970년대생 임원을 6명이나 배치하는 등 인적 쇄신이 대거 이루어졌다. 부서 역시 플랫폼 역량 확대를 위해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을 설치, 산하에 플랫폼영업부를 아래에 두며 디지털 금융과 영업의 성격을 합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는 내부통제가 잘 된 한해였다. 실적도 좋았기에 올해는 균형 잡힌 성장 전략을 펼칠 것”이라면서 “은행장이 2년 연임을 받으면서 장기적으로 본인의 경영 철학이나 기존에 해왔던 전략을 드라이브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