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불황 타개' 포스코·현대제철, 인도 시장 본격 진출...동국제강 벤처투자 시동
2025-01-06 정우성 기자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강화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포스코·현대제철은 배터리 소재를 비롯한 신사업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인도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벤처투자 발굴을 시도한다.
◆포스코, 인도 시장 진출 시동...전기차 시대 준비 착착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3일 취임사를 통해 “포항제철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공정, 제품, 품질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저가원료 최적 사용과 저원가·고효율 공정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스마트 고로, 전로 원터치 취련 자동화와 같은 디지털 혁신기술을 확산해 외부 여건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안정적 수익을 창출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철강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 것이다.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성장하고 있는 인도 철강 시장에 진출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에 연산 5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 합작 프로젝트 추진한다는 계획을 작년 10월 발표했다.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50대 50으로 합작 법인을 만드는 형태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 1억9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도는 철강 수요 성장이 가장 뚜렷한 지역으로, 세계 2위의 철강 생산국임에도 지난해 철강 순수입국으로 전환됐다"면서 "포스코가 철강 성장 동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2차 전지 소재 사업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주요국에서 전기차 관련 보조금 폐지·축소가 이어지며 전기차 수요 부진(캐즘)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단기적으로 관련 설비들이 준공을 마친 뒤 초기 수익성은 부진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도 2일 신년사를 통해 ▲기술의 절대적 우위 확보 ▲철강 사업의 탄소 중립과 원가 혁신 ▲이차전지 사업의 우량 자원 확보와 안정화 ▲인프라 사업의 구조 개편 ▲미래 소재 기반 신사업 추진 ▲사업장 안전과 강건한 설비 등을 올해 6대 과제로 선정했다.
◆현대제철, 배터리 소재·인도 시장 진출
현대제철은 철강 본원 경쟁력에 집중하면서도 배터리 소재 사업을 비롯한 신사업에 도전을 이어간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철분말 공급 계획을 준비해왔다. LFP 배터리는 국내외 2차 전지 제조사들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 부품 등에 쓰기 위해 오래전부터 철분말을 생산해왔다.
현대제철도 동국제강과 마찬가지로 봉형강이 주력 사업이다. 건설 경기 회복과 중국발 수요 개선에 따른 철강 제품 가격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그룹사와 협력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미국 조지아와 인도 푸네 지역에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설립해 현지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에 강판을 공급하며 새로운 시장 확보에 나섰다.
조지아 SSC는 작년 10월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푸네 SSC가 올해 2분기에 설비 설치 및 시험생산에 돌입하고 오는 3분기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푸네 SSC는 오는 2032년에는 물량 23만 톤을 처리하는 대형 SSC가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통해 진출한 글로벌 거점에 따라 강판 공급을 통해 수출 중이다”며 “인도 등 국가의 현대차의 현지 생산 확장과 현대제철의 소재 공급 체계 구축이 맞물려, 양사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근을 비롯한 봉형강 사업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인 동국제강은 건설 경기 회복에 대비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과 연계한 사업도 눈 여겨 보고 있다.
작년 8월 기업형벤처캐피탈(CVC) 동국인베스트먼트를 출범한 것 역시 동국제강그룹의 신사업 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국제강은 전기로의 생산효율을 끌어올려 탄소 저감 효과를 내는 ‘하이퍼 전기로(기존 전기로의 조업 시간을 줄이는 기술)’ 공정기술을 2028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업 시간을 기존 40분에서 35분 이하로 줄이고 생산 물량 1톤당 10킬로와트시(kWh) 전력을 감축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진범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동국제강과 관련해 "건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내년 봉형강 수요는 개선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반적으로 금리의 영향이 건설 경기에 반영되기까지 약 1년의 시차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건설경기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삼영 동국제강 사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Back to Basic(기본 충실) △협업과 소통 △긍정적이고 능동적 자세 등 핵심 방향 3가지를 선정했다. 최 사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에 기반한 냉철한 상황인식이다"며 "기본이 강한 회사는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