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새해 경영과제③] 성장세 주춤했던 하나은행 '영업통' 이호성 카드로 반전 노린다
2025-01-08 박인철 기자
지난 연말 인사에서 이호성 당시 하나카드 대표가 하나은행 수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비은행 계열사 대표이사(CEO)가 하나은행장이 된 첫 사례였다.
올해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저성장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영업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리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3년 연간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한 3조4766억 원으로 큰 폭의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이익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한 2조7808억 원에 머물렀다. 순이익은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지만 순이익 증가율로는 신한은행(19.4%), 우리은행(10.2%) 등 경쟁 은행에 밀렸다.
은행의 영업력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인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충전이익)도 3조981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핵심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1분기 1.55%-2분기 1.46%-3분기 1.41%로 지속 하락했다.
이와함께 하나은행은 지난해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더불어 연간 경영계획보다 대출실적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지키지 못한 은행에 대출 한도를 줄이는 페널티를 적용할 것을 예고하면서 대출성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해외 실적도 흐름은 비슷하다. 해외법인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04억 원의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경쟁 상대인 신한은행(4343억 원)과의 격차가 크다.
하나은행은 올해 영업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고객 기반 확대 ▲안정적 수익 기반 구축을 위한 사업모델 혁신 ▲고객 중심의 기업문화 재정립을 핵심 영업전략으로 세웠다.
올해는 고환율 기조로 대출을 줄이고 영업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이는데 '현장 영업'에 강점이 있는 이 행장의 경험이 빛을 발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 대기업영업1본부장,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본부장, 영남영업그룹장,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 등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그는 행원 시절부터 영남영업그룹장, 중앙영업그룹장을 역임할 때도 직접 발로 뛰며 고객을 직접 찾는 등 시장 변화를 현장에서 빠르게 깨우쳤다. 이런 노하우에 관한 강의도 행원과 지점장들 대상으로 50차례 넘게 진행했다.
하나카드 대표 재임 시절에는 ‘트래블로그’ 카드를 출시해 가입자 수 700만 명, 환전액 3조 원 돌파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은행장 취임 후에도 고객관리, 리더십, 영업전략 등을 주제로 월 2회에 걸쳐 직접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원진도 영업 현장 경험이 많은 새 얼굴이 등용됐다. 1972년생을 포함해 영업력이 뛰어난 4명의 지역 대표를 부행장으로 승진시켰고 영업점장 12명도 본부장으로 올렸다. 여기에 본점 12개 부서를 기존 부서에 통폐합하면서 영업 현장 지원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태세로 전환했다.
해외 영업력 확대를 위해 지난해 헝가리와 멕시코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헝가리,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에 맞는 비즈니스 기회를 지속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인도, 폴란드에도 네트워크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대내외적 불확실성 때문에 힘든 환경이 예상되는데 현장에서 많이 뛰어본 은행장이 새로 부임해 대응하는 속도나 움직임이 과감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속 가능한 은행의 성장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