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말로만 주주친화?...M&A한 상장사들 집중투표제 채택 사례 ‘0’
2025-01-02 유성용 기자
과거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이어 현재는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MBK는 최근 “집중투표제 본연의 취지와 목적이 존중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며 조건부 동의라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MBK가 대주주로서 이익은 극대화하면서도 소액주주를 비롯한 다른 주주들을 위한 주주친화정책에는 힘쓰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MBK는 인수한 상장사에 대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대표적 제도로 거론되는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이를 안건으로 올리는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소수주주 보호를 염두에 두고 정관을 개정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상장폐지를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을 초래하는 등 소액주주 권익을 외면하거나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언론 보도와 MBK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MBK의 역대 50여개사 포트폴리오 가운데 과거 국내 증시에서 거래됐거나 현재 상장돼 있는 기업은 △오스템임플란트 △커넥트웨이브 △오렌지라이프 △코웨이 △HK저축은행 △한미캐피탈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MBK가 투자한 시점 이후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2013년 MBK가 2호 펀드와 인수금융을 활용해 주식 30.9%를 1조1900억 원에 인수한 코스피 상장사 A사는 MBK가 지분을 보유한 2013년부터 2019년 초까지 정관에 제32조(이사의 선임)와 제34조(이사의 보선)를 통해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상법에서 규정하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나머지 5개의 기업들의 정관 역시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뒀다.
최근 MBK가 집중투표제에 대해 밝힌 입장과 달리 애초 MBK가 집중투표제 도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지난해 말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헤이홀더’는 “MBK 입장에서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하자니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하자니 자신들이 주장했던 지배구조 개선이 허구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MBK가 과거 인수한 기업들이 상장폐지되며 소수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일도 다발했다는 평가다.
MBK가 2006년에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 B기업은 2009년 공개매수를 거쳐 자진 상장폐지됐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업체 역시, MBK가 인수한지 5개월 만인 2023년 8월 증시에서 퇴장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C사 역시 MBK가 지분을 모두 확보한 뒤 지난해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보유 주식의 가치가 헐값 수준으로 전락했다며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주최로 열린 ‘자발적 상장폐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제도적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해당 기업 C사의 주주연대 대표는 “MBK가 인수한 뒤 주가가 1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1만8000원에 공개매수를 실시했는데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며 “소액주주들이 소송에 나서 겨우 공개매수를 막았더니 (MBK는)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결국 회사를 삼켰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