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가구' 하자 있는데도 교환·환불 거부…소비자원 "하자 확실하면 환불해야"

계약 조건 따라 달라져...구매 전 꼼꼼히 확인

2025-01-12     이설희 기자
# 경남 창원에 사는 한 모(여)씨는 지난 9월 중견 가구사 A업체에서 4인용 소파를 주문 제작했다. 소파를 설치하고 보니 일부 가죽 패턴과 색상이 서로 다른 하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 씨는 제조사에 반품이나 교환을 청했지만 주문 제작됐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한 씨는 “주문 제작한 상품이라도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반품이 가능해야 하지 않나”라고 억울해했다.
▲한 소파인데 가죽의 패턴과 색상이 다르다

#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중소가구 업체 B사에 4단 서랍장 제작을 의뢰했다. 예정 일자보다 하루 일찍 도착한 서랍장 상태는 엉망이었다. 나사가 삐져나와 있는 등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 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B사는 보수를 약속했으나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김 씨는 “100만 원이나 주고 맞춤 제작한 서랍장인데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랍장에 나사가 삐져나와 있는 등 문제가 여럿 발견됐다

# 서울 강남구에 사는 정 모(여)씨는 중소가구사 C업체와 아일랜드 수납장 주문 제작 계약을 맺고 본인이 원하는 방향을 전달했다. 그러나 도착한 가구는 정 씨가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수납장이었다. 길이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달랐다고. 정 씨가 AS를 요구하자 연락을 끊은 C업체는 내용증명을 보낸 후에야 환불해 줬다. 정 씨는 "처음에 AS만 해줬더라도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맞춤 제작 가구는 기성품(완제품)과는 달리 하자가 발생해도 교환이나 환불이 제한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맞춤 제작이라 재판매 등이 어려워 환불이 불가하다는 게 업체들 입장이나 소비자는 주문 제작이라 해도 하자가 있는 제품은 AS나 반품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기관에서도 소비자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나 계약 사안, 고지 여부 등 여러 조건에 따라 환불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계약 전 믿을 만한 업체인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제작을 의뢰한 소파, 식탁, 서랍장 등 가구에서 하자가 발견됐으나 반품이나 AS를 받지 못해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환불이나 AS를 약속해 놓고 미루거나 아예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일반 가구에 대한 분쟁 유형과 해결 기준만 명시돼 있다. '주문제작 가구'는 배달 전 해약 위약금 기준 외 따로 제시되지 않아 분쟁 발생 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맞춤 제작 상품이라도 하자가 있다면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환불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제품 하자가 확실하고 소비자가 원한다면 업체에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제품을 받은 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당부했다.

주문 제작은 일종의 도급 계약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민법으로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 민법에서는 '도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가구업체 관계자는 “가구는 부피가 크고 가격대가 높아 소규모 업체일수록 재고를 만드는 게 부담스러워 환불 불가를 원칙으로 세우는 경우가 많다”며 “구매 시 주의 사항을 잘 살펴보고 환불 내용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