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 ETF 리브랜딩 불구 점유율 회복 실패…한투운용에 3위 자리 내주나?

2025-01-07     이철호 기자
ETF 시장 3위 KB자산운용(대표 김영성)이 지난해 7월 ETF 리브랜딩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해외주식형 ETF, 커버드콜 ETF 등에서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대표 배재규)에 밀리면서 3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KB자산운용의 ETF 순자산규모는 13조5643억 원으로 전년보다 39.5% 증가했다.
 
국내 전체 ETF 순자산규모가 전년보다 43.4% 증가한 173조5639억 원임을 볼 때 성장세가 다소 더딘 셈이다. ETF 시장 점유율도 2023년 말 8%에서 7.8%로 0.2%p 하락했다.
 
이와 달리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년 대비 121.8% 증가한 13조1256억 원으로 ETF 순자산규모를 대폭 끌어올렸다. 시장 점유율 역시 전년보다 2.7%p 상승한 7.6%다. 지난해 12월 27일에는 일시적으로 KB자산운용을 제치고 한때 3위에 오르기도 했다.

1위 삼성자산운용(대표 김우석)은 전년보다 35.9% 증가한 66조2508억 원,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준용)은 40.3% 증가한 62조6431억 원으로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순위변동이 없었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ETF 브랜드명을 기존의 'KBSTAR'에서 'RISE'로 바꾸며 ETF 사업 방향 및 브랜드 전략 개편에 나섰다. 브랜드 모델로 배우 임시완을 기용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양사 간 ETF 시장 점유율 격차가 대폭 좁혀진 데는 미국 등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투자형 상품에서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KB자산운용의 해외투자형 ETF 순자산규모는 3조15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7.3% 증가했으나 한국투자신탁운용(9조7492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24년 신규 상장 ETF에서도 KB자산운용은 11개의 해외투자형 ETF를 출시했으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순자산 1000억 원을 돌파한 상품이 하나도 없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해외투자형 ETF 14개를 출시해 4개 상품이 순자산 1000억 원 이상인 것과 대비된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 속에 매달 분배금을 받을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은 커버드콜 ETF에서도 KB자산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밀리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KB자산운용의 커버드콜 ETF 순자산규모는 3691억 원인 반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930억 원이었다.

KB자산운용이 타사 대비 해외투자형 커버드콜 ETF 출시가 더뎠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4월 해외투자형 커버드콜 ETF 3종을 선보인 뒤 2종이 순자산 1000억 원을 넘어선 반면 KB자산운용은 하반기에 들어서야 해외투자형 커버드콜 ETF 상품이 출시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ETF 시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빅테크, 반도체, 미국장기국채 등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 테마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KB자산운용 측은 ETF 관련 조직 개편이 마무리된 후 구체적인 ETF 시장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K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김찬영 ETF사업본부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올해 ETF 시장 전략에 대해 "ETF사업본부장의 거취가 결정된 이후 관련 조직이 개편될 수 있다"며 "조직 안정화가 먼저 이뤄진 후 ETF 사업전략을 본격적으로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