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내수용 고급차' 딱지 떼고 미국서 질주...미국 판매량, 국내의 60% 수준으로 '쑥'

2025-01-07     정우성 기자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 진출 10년 차를 맞아 본격적인 질주를 하고 있다.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가 공고한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격전지인 미국 내에서 인정받는 고급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친환경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계획이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2024년 미국 내 판매 대수는 7만5003대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팔린 제네시스가 13만674대임을 고려하면 국내와 미국 판매 비중이 100대 57까지 높아진 것이다.

미국에 첫발을 내딛은 2016년, 제네시스는 국내에서 6만6278대를 팔았지만, 미국에서는 6948대를 파는데 그쳤다. 한국 판매량이 미국의 10배가 넘던 '내수용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2024년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대비 7.6%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 증가율은 4.8%, 기아는 1.8%로 제네시스의 성장세가 거세다. 2020년 이후 제네시스 판매량은 현대차그룹의 판매가 정체된 동안에도 급성장을 이어갔다.
 

◆‘80’ 형제가 효자 모델

제네시스의 미국 내 판매량은 2021년 5만 대에 근접하며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고, 2022년에는 처음으로 연 5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내 제네시스 판매량은 연간 두 자릿수(퍼센트)에 가까운 성장율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0년 선보인 GV80 등 80(G80·GV80) 시리즈가 미국 고객들에게 제네시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인 주역이다. 2021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GV80을 운전하다 전복되는 사고를 당하고도, 목숨을 건진 일이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서 프리미엄 이미지가 급상승했다. GV70과 GV60 출시로 프리미엄 SUV 모델들이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격도 동급 경쟁 차량보다 싸지 않다. 2025년형 GV80 미국 내 권장소비자가격은 5만7700달러부터 시작한다. 동급인 렉서스 RX(4만9950달러)보다 더 비싸다. GV80 쿠페의 경우 8만1300달러로 BMW X6(7만5675달러)보다 5600달러 이상 높다.
▲제네시스 GV70
 

◆친환경차 시장 지각 변동 예고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의 '대세'인 하이브리드(HEV)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면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

제네시스는 내연기관에서 바로 전기차로 전환을 하려던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HEV를 생산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는 2027년부터 세단인 G70, G80, G90과 SUV인 GV70, GV80 등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그러면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라인업도 추가한다.

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장점을 각각 적용한 차량으로, 전기차와 같이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독자적인 신규 파워시스템 개발을 통해 2개의 모터로도 사륜구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특징이 있다.

올해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이 40개에서 25개 차종으로 줄어든 가운데,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모델이 새롭게 세액공제 목록에 들어갔다. 소비자들은 총 7500달러(약 1100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제네시스는 판매량 확대에 집중할 브랜드는 아니지만 성장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GV60
◆미국 소비자 만족도 '넘버 원'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작년 12월 17일 발표한 충돌평가에서 ▲G90 ▲G80 ▲G80 전동화 모델 ▲GV80 ▲GV70(2025년형) ▲GV70 전동화 모델 ▲GV60 등 제네시스 7개 차종은 '2024 IIHS 톱 세이프티 픽(TSP)' 등급을 받으며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제네시스는 최근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2024 미국 기술 경험 지수 조사’에서 584점을 받으며 렉서스(535점), BMW(528점) 등을 제치고 전체 브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조사는 자동차에 탑재된 편의성, 최신 자동화 기술, 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인포테인먼트 및 커넥티비티 등 4가지 카테고리에 포함된 40개 기술에 대한 만족도를 고객 설문을 통해 신기술 혁신 수준과 사용 편의성을 평가한 것이다. 제네시스는 해당 조사에서 4년 연속 전체 브랜드 중 1위였다.

고성능 럭셔리카 이미지도 더욱 공고히 한다. 제네시스는 자동차 내구 경주 대회 '르망 데이토나 하이브리드'(LMDh)에 도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작년 3월 제네시스는 미국 뉴욕에서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콘셉트카 '마그마'를 선보였고, 같은 해 7월에는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GV60 마그마 콘셉트', 'G80 전동화 마그마 콘셉트', 'GV80 쿠페 콘셉트', 'G70 트랙 택시 노르트슐라이페'의 주행을 선보였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70만8293대를 팔아 GM, 도요타, 포드 등에 이어 2년 연속 '톱4'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