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망치는 김치냉장고?...얼고 쉬고 곰팡이 나는데 보관 잘못 탓만
가전업계 "제품 하자 드물어" 주장
2025-01-07 송혜림 기자
# 김치 얼었다 녹았다 속 썩이던 김치냉장고...메인보드 고장 판정=인천 서구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11월에 산 LG전자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던 김치가 얼어 설정 온도를 1~2도 높여 사용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김치가 얼었다 녹아 흐물거리는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약 한 달 뒤엔 제품 전원이 나가 수리를 맡겼고 메인보드가 고장 난 사실을 알게 됐다. 수리 기사는 이미 구매 후 한 달이 지나 AS만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씨는 “그간 김치가 얼었다 녹았다 하는 것들이 메인보드 고장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 경기도 김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2021년에 구매한 위니아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던 중 보관 중인 김치가 어는 문제로 수차례 AS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지난해 10월 제품을 반품하고 구매가의 10%를 제외한 금액을 환불받기로 했지만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이 씨는 “김치가 얼어 3년 간 고생하다 결국 반품했는데, 환불도 늦어져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한 김치가 얼거나 곰팡이가 피는 문제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 하자라고 주장하나 업체에서는 환경적 요인으로 치부하기 일쑤다. 김치 자체 염도나 양념, 보관 방식에 따라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온도 조절 외에 기대하는 AS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쟁이 잦다.
7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김장철 두 달간 제기된 김치냉장고 관련 소비자 민원은 총 60여건이다. 연간으로도 200여건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유위니아 등 최근 출시된 김치냉장고는 김치뿐만 아니라 육류, 주류 등 다목적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제품 관련 소비자 불만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소비자 불만은 ▲어는 현상 ▲김치가 시고 물러지는 현상 ▲음식물에서 이상한 냄새 발현 등이다. 소비자들은 김치 상태에 맞게 온도 조절을 하거나 김치통을 제대로 닫는 등 정상적으로 이용했음에도 김치가 얼거나 상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냉장고에 대해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생한 성능 기능상의 하자는 무상 수리가 우선이고, 수리가 불가능하면 제품 교환이나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증기간 이내에 동일 하자에 대해 2회까지 수리했으나 하자가 재발하는 경우 수리가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김치 냉장고 내용물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 제품 하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데다, 제품 결함이라 해도 제품 자체 교환, 환불만 가능할 뿐 내용물까지는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실제로 제품 하자로 인한 민원 발생률은 낮은 편이며 대부분 김치 종류에 따라 보관 방법이 잘못되거나 김치 자체의 양념, 염도 수준에 따라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상 현상은 김치 종류에 상관없이 같은 칸에 보관 하거나 염도를 고려하지 않고 냉방 온도를 일관되게 맞추는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치에 살얼음이 끼거나 어는 문제는 김치 종류나 염도에 따라 적정 저장 온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염도가 다른 김치는 따로 보관하는 게 좋으며 김치가 김치 국물에 잠겨있지 않을 경우 국물 위쪽은 염도가 낮아져 상부가 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것. 김치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하더라도 김치를 담글 때 조미료와 젓갈, 설탕 등 양념을 지나치게 많이 넣을 경우에도 김치가 빨리 쉬거나 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제품과 함께 동봉된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확인해 김치를 올바르게 보관해야 한다"면서 "만일 사용법대로 김치를 올바르게 보관했으나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경우 제품 구매 후 한 달 이내라면 교환 및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