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불패 서울도 미달 잇달아…상반기 분양 앞둔 대우건설·삼성물산·SK에코플랜트 '초긴장'

2025-01-10     선다혜 기자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와 대출 규제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흥행불패였던 서울에서도 청약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높은 분양가까지 더해지면서 한치 앞도 헤아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의 시름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물산(서초구 방배 6구역), 대우건설(구로고척4구역), SK에코플랜트(노량진6구역) 등이 상반기에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1월 공급한 ‘서울원 아이파크’ 일부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하면서 지난 8일부터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물량 가운데 무순위 청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39%(558가구)에 달한다. 

청약 당시 이 단지는 총 1414가구 모집에 2만1129명이 몰리면서 평균 청약경쟁률 14.9대 1이었다. 하지만 1‧2순위 모두 청약 이탈자가 발생했다. 

뒤이어 포스코이앤씨가 지난달 말 서울 중랑구에 분양한 ‘더샵 퍼스트월드’ 역시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1순위 청약에서 569가구 모집에 5570명이 청약을 접수하면서 평균경쟁률 9.3대 1을 기록했으나 1순위 마감에는 실패했다. 

서울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에서 연이어 미달이 발생한 건 고분양가 탓이다. 서울원 아이파크의 경우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74㎡‧84㎡의 분양가가 각각 11억 원, 13억 원대였다. 중대형인 105㎡ 분양가는 16억 원에 달했다. 

더샵퍼스트 월드 역시 전용 84㎡‧98㎡ 분양가가 각각 13억 원, 15억 원대로 책정됐다. 가뜩이나 대출 규제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가운데 고분양가에 청약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와 대출규제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흥행불패였던 서울에서도 심심찮게 청약 미달이 발생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서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풀었지만 여전히 대출의 문턱은 높은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연간 단위로 관리하던 은행별 대출한도를 올해부터는 월별‧분기별로 관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존보다 짧은 주기로 대출 현황을 관리함으로써 연간 증가분을 평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7월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에 따라 대출 한도도 줄어들 전망이다. 스트레스DSR은 소비자의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할 때 가산금리인 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것이다. 

예컨대 연봉 1억 원을 받는 차주가 변동형 주담대(30년 만기·분할상환 조건)를 받을 때 2단계 때는 6억4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으나 3단계 때는 5억56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런 상황인 만큼 업계에서는 서울에서 분양하는 단지라도 분양가‧입지‧교통 등을 고루 갖추지 못할 경우 올해 흥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대형건설사들의 서울 분양 예정 단지는 △서초구 방배 6구역 재개발 △은평구 대조 1구역 재개발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역삼 은하수 아파트 재건축 △서울 성수 장미아파트 △동작구 노량진 2구역 △노량진 6구역 △강남구 남서울종합시장 정비사업 등 17곳, 1만1034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이 공급하는 서초구 방배6구역 재개발,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의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SK에코플랜트의 노량진 6구역 등은 상반기 분양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울의 평당 분양가는 4700만 원을 넘어섰다. 때문에 사람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전용 84타입 분양가가 12~13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도 쉽지 않다. 청약에 당첨이 됐어도 향후 대출 계획이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서 취소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면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 입장에서도 지금 상황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