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중 9곳 작년 '매도 리포트' 단 1건도 안 내

2025-01-13     이철호 기자
지난해 상위 10대 증권사 중 9곳은 자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1건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의 매수 의견 위주의 리포트 발행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증권사가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는 하나증권 1곳에 그쳤다. 하나증권이 2차전지주인 에코프로에 대해 '비중축소' 의견을 낸 1건이 유일한 매도 의견이었다.
 

비율로는 '매수' 의견은 88.9%, '중립' 의견은 11.1%로 2023년과 큰 차이 없이 '매수'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매도 의견은 0.1%에 머물렀다.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매도 의견을 낸 하나증권도 매수 의견 비중이 94.6%로 두 번째로 높았다. 

중소형 증권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국내 중소형 증권사는 신영증권(0.7%), iM증권(0.7%) 등 2곳에 그쳤다. 

국내 증권사의 투자 의견이 '매수' 위주인 것은 외국계 증권사 15곳 중 6곳의 '매도' 의견 비중이 10% 이상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은 전체 발행 리포트 중에 매도 의견을 낸 리포트 비중이 23.3%로 가장 높았으며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과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이 각각 17.6%, 14.6%로 뒤를 이었다. 도이치증권은 14.3%, JP모건증권 서울지점은 12.8%,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은 10.5%였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업계의 매수 의견 일변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3년 3월부터 10월까지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 TF'를 발족했다. 하지만 TF 종료 이후에도 리서치 관행 개선에는 아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업계의 리서치 관행이 바뀌지 않는 데는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애널리스트가 담당하는 기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할 경우 기업설명회나 기업탐방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의 영업관행 역시 매수 일변도 리포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법인영업본부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영업하다 보니 불리한 리포트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가 악화되기를 꺼리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이상적으로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업가치 판단에 따라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을 결정하는 게 맞다"면서도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법인영업 부서와 함께 일하며 영업에 나서는 현재 상황으로서는 기업과의 관계를 따져볼 때 매도 의견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애널리스트가 기업에 대해 독립적인 시각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차별은 물론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로 인해 매도 의견을 제시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증권사가 기업에 비판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현재 구조에서는 주가 하락, 기업 부도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매도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차별하는 행태를 바꾸고 자유로운 시장경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