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적대적M&A 성공 시 영풍·MBK 국내 아연 시장 독점 우려
2025-01-14 유성용 기자
영풍·MBK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과 영풍의 견제와 균형에 따른 경쟁 체제가 깨지고 영풍·MBK의 아연공급 독점 체제가 탄생하면서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연은 국내 산업에 있어 핵심적인 소재로 독점 구조에 놓이면서 사모펀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경우 가격 인상과 이로 인한 산업계의 후폭풍 우려를 제기한다. 이럴 경우 피해는 산업계를 넘어 소비자들에게도 확산될 수 있다.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연의 국내 수요는 약 43만5000톤이다. 이중 고려아연은 29만5000톤, 영풍은 10만3000톤을 공급했다.
국내에서 아연을 생산하는 기업은 이 두 기업뿐이다. 특히 철강업체들에 최적화된 제품 생산의 특정상 해외 제품의 대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특정업체가 독점할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아연은 건설과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외장재 등에 쓰이는 철강재의 부식 방지용 도금 원료로도 쓰인다. 안정적인 아연 공급은 아연 시장 자체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 산업 발전 전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아연 등 비철금속 제련업이 국가기간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강 업계에서는 MBK와 영풍이 오는 임시주총에서 14명의 이사를 새롭게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시켜 고려아연 장악에 성공할 경우 이들이 국내 아연 시장을 독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오랜 거래로 형성된 신뢰로 합리적 수준의 가격협상이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아연 인수 주체로 알려진 MBK파트너스 6호 펀드의 출자자 80% 이상이 중국과 중동 등 해외 자본이다.
사모펀드 특성이 더해져 수익 확대가 필요할 때는 가격을 올리고, 아연 수요 확대 등으로 공급자의 협상력이 높아질 때도 마찬가지로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해외 고객사가 더 높은 가격을 부를 경우 국내 판매보다는 해외 판매를 우선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산 물량 공세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 업계의 경우 악영향을 받을 소지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철강사들이 수입산으로 시선을 돌릴 경우 장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하는 속에서 중국의 아연 공급 의존도가 심화될 경우 미중 갈등과 공급망 경쟁 속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금속 업계 관계자는 “아연은 그 자체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철강 등 산업 전반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필수 소재이자 국내 전산업에 필요한 금속이라는 점에서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