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성장 전략➄] HK이노엔, 판교R&D센터 본격 가동 ‘제2 케이캡’ 발굴...100개국으로 글로벌 진출 확대

2025-01-17     정현철 기자

국내 제약 산업을 거론할 때면 항상 ‘내수용’ 꼬리표가 달렸다. 그러나 최근들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진 연구개발(R&D)에서 굵직한 신약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제약사의 성장 전략도 글로벌 도약을 목표로 한 신약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제약을 넘어선 사업 다각화 움직임도 나온다. 제약 CEO들도 신년사를 통해 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 마련을 주문했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는 K-제약의 성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HK이노엔(대표 곽달원)이 목표한 ‘2028년 국내 1위 제약사’를 위해 케이캡을 이을 블록버스터 제품 발굴에 본격 나선다. 지난해 말 완공된 판교R&D센터가 올해부터 가동되면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HK이노엔의 주요 전략은 글로벌 진출 확대다. 중심에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있다. 현재 48개 국가에 진출한 상태로 2028년 100개국까지 늘리는 등 파트너링 탐색을 지속할 계획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2028년 국내 1위 제약사'를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국내 제약사 중 매출 1위는 유한양행으로 지난해 2조 원 가량을 매출을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 HK이노엔의 매출은 9078억 원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원외처방액을 기준으로 HK이노엔은 5221억 원, 국내 제약사 중 5위를 기록했다. 1위는 한미약품(9951억 원)으로 종근당(7358억 원), 대웅제약(6153억 원), 유한양행(5404억 원)이 뒤를 이었다.

업계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매출, 원외처방액 등 실적을 두 배 이상 높일 필요가 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글로벌 진출을 늘리고, 항암·비만대사·자가면역질환 등 치료제를 개발해 성장하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산 30호 신약으로 허가 받아 2019년 국내 첫 출시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현재까지 현지 파트너사 수출 계약 등 48개 국가에 진출해 있고, 그 중 15개 국가에서 출시된 상태다.

업계에선 글로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시장 규모를 약 21조 원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 비중이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국에선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적응증으로 케이캡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 임상을 마치고 허가 신청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현지 발매는 이르면 2026년 중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이미 2022년 5월 발매해 현지 경쟁 제품 중 가장 많은 적응증(▲미란성식도염 ▲십이지장궤양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요법)을 갖고 있다. 이어 지난해 7월부터 주사제형으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주사제형은 경구제형 대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경구 투여가 어려운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을 이을 신약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2021년 10월부터 1149억 원을 들려 신축한 판교R&D센터가 올해부터 본격 가동 예정이다. 기존 이천 연구소, 하남CDMO, 서울사무소에 분산된 연구개발 조직을 한 데 모아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미국에서 임상 중인 케이캡을 포함해 총 33건이다. 이 중 항암제가 11건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지난해 5월 중국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IN-B00009'은 7개월 만에 제2형 당뇨 및 비만을 적응증으로 국내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면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자가면역질환치료제 IN-115314는 아토피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람을 대상으로 바르는 제형은 현재 임상 2상 신청을 완료했고, 동물의약품으로는 경구제로 임상 3상 IND(시험계획서)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만성 변비 치료제 IN-114199은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중국, 일본 등으로 기술수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임상에 돌입한 파이프라인과 기초연구가 확대되면서 HK이노엔이 투자하는 연구개발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전체 파이프라인 중 기초연구가 17건으로 임상 진입 여부가 과제로 떠오른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올해 자체 연구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비만, 자가면역질환, 감염 분야에서 신규 모달리티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전략”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