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상장폐지 요건도 강화
2025-01-21 이철호 기자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투자자의 거래 계속성 및 알 권리를 보완하는 등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지속적인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를 개최하고 이와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IPO 시장이 단기차익 위주로 운영됨에 따라 공모가와 상장일 이후 주가흐름에 왜곡이 발생하는 한편 완화적인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 때문에 저성장 기업의 퇴출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해소해 주식시장의 질적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국내 주식시장이 외형적으로 확대됐으나 최근 5년간 시가총액 상승률(34.8%)에 비해 주가지수 상승률이 3.8%에 불과해 질적 측면에서 미흡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상장기업의 밸류업 노력을 유도했다면, 올해는 시장으로의 진입·퇴출 과정을 제도적으로 개선해 주식시장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 한다"고 강조했다.
◆ 기관투자자 중장기 투자 유도하고 주관사 역할·책임도 강화
금융당국은 IPO 시장에서 기관투자자가 기업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수요예측에 참여하도록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가점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고 확약 물량이 40%에 미달하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상한금액 30억 원)를 취득해 6개월간 보유하도록 했다. 의무보유 확약 최대 가점기관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한다.
또한 그동안 공모물량의 5~25% 별도배정 혜택이 주어졌던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에는 최소 의무보유 확약(15일 이상)을 한 물량에 대해서만 별도배정 혜택을 부여한다. 의무보유 확약 위반, 미청약·미납입 등에 대한 협회 차원의 제재도 강화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참여자격도 강화된다. 사모운용사·투자일임회사의 참여자격 강화를 위해 고유재산 참여시에만 존재하던 등록기간 및 총위탁재산 규모 관련 자격요건을 운용재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재간접펀드,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한 우회적 참여도 제한된다.
기존에 초일 가점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수요예측이 첫날로 쏠린다는 문제를 개편하기 위해 초일 가점제도 바뀐다. 기존에는 1일차에 3점, 2일차에 2점, 3~5일차에는 1점을 부여했으나 앞으로는 1~3일차에는 1.5점, 4~5일차에는 1점을 부여한다.
이외에 코너스톤 투자자(IPO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발행기업과 주관사가 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 일부를 배정받는 제도)와 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을 지속 추진하는 한편 주관사의 공모주 내부배정기준도 구체화하는 한편 주관사 사잔취득분 의무보유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상장폐지 요건 강화해 저성과 기업 퇴출 빠르게
금융당국은 시장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증시 전반의 밸류업을 위해 저성과 기업의 퇴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가총액·매출액 요건의 기준을 실효성 있는 수준까지 상향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상장폐지 요건은 △코스피 시가총액 50억 원, 매출액 50억 원 미만 △코스닥 시가총액 40억 원, 매출액 30억 원 미만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3단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해 오는 2029년부터는 상장폐지 요건을 △코스피 매출액 300억 원 △코스닥 매출액 1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단, 최소 시가총액 요건(코스피 1000억 원, 코스닥 600억 원)을 충족할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장치도 2027년부터 도입한다.
또한 앞으로는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 즉시 상장폐지하되,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을 허용하기로 했다. 분할재상장 시 존속법인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제조도 코스닥뿐만 아니라 코스피에도 도입된다.
상장폐지 절차도 간소화된다. 현행 제도상 상장폐지 절차는 △코스피 최대 2심, 개선기간 4년 △코스닥 최대 3심, 개선기간 2년이나 심사절차 효율화를 위해 코스피는 개선기간을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축소하고 코스닥은 심의 단계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하는 한편 최대 기간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축소한다.
또한 1심 심의결과가 명확한 경우 2심에서 추가 기선기간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에 대한 심사를 병행해 진행하고 하나라도 먼저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면 최종 상장폐지를 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외에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를 활용해 상장폐지 후 비상장 주식거래를 지원하고 상장폐지 심사 중 투자자에 대한 정보공시도 확대하기로 했다.
박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부실기업 퇴출은 반드시 필요하며 가급적 신속하고 철저하게 (저성과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즉시 시행 가능한 세칙부터 규정화해 오는 3월부터 시행하고 관련 규정도 7월에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IPO 제도개선 방안은 올해 1분기에 협회규정을 개정한 뒤 2분기 거래소 규정을 개정해 신속하게 완료할 계획이다. 코너스톤투자자, 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은 2분기까지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의 경우 최대 개선기간 축소,형식·실질 병행심사는 1분기 중 거래소 세칙 개정과 함께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감사의견 미달 요건 강화, 분할 재상장시 심사 강화 등은 7월부터, 재무요건 강화는 내년 1월부터 3단계에 걸쳐 단계별로 시행한다. 비상장거래 지원을 위한 K-OTC 내 상장폐지기업부는 내년 1월 신설될 예정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