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50억 미만 ETF 급증, 투자자 피해 우려…NH아문디운용 4개 중 1개 꼴 '흥행실패'
자본금, 순자산 총액 50억 미만시 관리종목
2025-01-22 이철호 기자
NH-Amundi자산운용(대표 길정섭)은 전체 ETF 4개 중 1개꼴로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미만으로 조사됐고 한화자산운용(대표 김종호), 키움투자자산운용(대표 김기현)도 순자산 50억 원 미만 상품 비중이 10%를 넘었다.
반면 삼성자산운용(대표 김우석), 미래에셋자산운용(대표 최창훈·이준용), KB자산운용(대표 김영성), 한국투자신탁운용(대표 배재규) 등 '빅4' 운용사는 전체 판매상품에 비해 소규모 상품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0일 기준 국내 상장된 ETF 939개 중 순자산총액 50억 원 미만인 상품은 총 79개였다. 지난 2023년 말 대비 92.7%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상품에서 순자산총액 50억 원 미만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3년 말 5.4%에서 올해 1월 8.4%로 3.0%p 상승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후 1년이 지난 ETF 중 신탁원본액(자본금)과 순자산총액이 50억 원 미만인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다음 반기 말까지 상태가 이어질 경우 해당 ETF는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ETF가 상장폐지될 경우 투자자는 상장폐지 전 영업일까지 해당 상품을 매도해 ETF 순자산가치에서 보수 등을 제외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원하지 않는 시점에 투자가 중단되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목표로 매수한 ETF의 시장 가격이 하락한 뒤 상장 폐지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ETF 상위 10개 운용사별로 순자산총액 50억 원 미만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NH-Amundi자산운용이 25.9%로 가장 높았다. 2023년 말 대비 11.9%p 오른 수준이다.
NH-Amundi자산운용은 전체 54개 ETF 중 14개 상품이 순자산총액 50억 원에 못 미쳤다. 이 가운데 3개는 지난해 2월과 7월에 신규 상장된 상품이었다.
NH-Amundi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금투자자를 포함한 개인투자자 중심으로의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이 원인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를 위한 상품을 공급하고 콘텐츠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자산운용은 2023년 말보다 7.3%p 상승한 16.4%였고 키움투자자산운용이 3.3%p 오른 13.1%로 뒤를 이었다.
대형사는 비교적 순자산총액 50억 원 미만인 ETF 비중이 적었다. 삼성자산운용은 2023년 말보다 1.2%p 상승한 3.4%였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1%p 오른 6.5%였다. KB자산운용도 1.5%p 상승한 7.5%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3%p 하락한 4.5%였다.
ETF 시장이 커지고 신규상장되는 ETF도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해 상장폐지에 이르는 소규모 ETF도 늘고 있다. 지난해 ETF 상장폐지 건수는 총 51건으로 시장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를 잡기 위해 특정 테마가 유행할 때마다 운용사들이 유사 상품을 출시하는 바람에 방치되는 ETF가 많아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상장된 ETF 174개 중 126개는 주식형 ETF였고 이 중 절반 이상인 66개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테마형 ETF였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테마가 유행할 때 여러 운용사에서 동시에 이와 관련된 ETF 상품을 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경쟁에서 밀린 ETF나 후발주자인 중소형사가 내놓은 상품의 경우 소규모 ETF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는 시장성이 낮은 상품에 대해 상장폐지를 하며 라인업을 정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시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상품에 대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며 "기존 상품들의 상품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관리해 상품 라인업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