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문 앞 배송' 지정했는데, 우편함·공동현관·경비실에 멋대로 배송 '분통'

분실, 파손 등 2차 피해 야기

2025-01-28     송혜림 기자
# 서울시 강동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택배가 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배송지가 4층인데 기사가 언젠가부터 1층 우편함에 가져다놓고 '현관 문 앞에 배송 완료했다'는 문자를 보낸다고. 박 씨는 "배송완료인데 문 앞에 택배가 없어 기사에게 연락해도 받질 않는다. 한 두번은 이해하지만 매번 1층에 두고 가는 것은 너무하다"고 호소했다.
▲문 앞 배송을 신청했으나 우편함에 두고 가 소비자가 분통을 터트렸다

# 서울에 사는 최 모(여)씨는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며 배송 요청사항에 '문 앞'을 선택했으나 1층에 두고 가 기사와 갈등을 빚었다. 기사에게 항의하니 "바빠서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 씨가 고객센터에 불만을 제기하자 "기사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고 교육도 진행하겠다"고 안내했으나 변화는 없었다. 최 씨는 "사람들 왕래가 많은 1층에 택배를 두고 가는 것은 길에 두고 가는 것과 다름 없다"며 "말뿐인 교육으로만 그쳐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 앞 배송을 신청했으나 공동현관 1층에 배송돼 소비자가 어이없어 했다

택배 배송 희망 장소를 지정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소비자와 택배기사 간 갈등이 다발하나 이를 강제할 규정도 없어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등 택배사들은 배송 전 안내 문자메시지를 통해 배달 희망 장소를 △문 앞 △경비실 △무인택배함 등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해진 배달 장소를 지키지 않는 일이 잦아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주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주택 등의 경우 문 앞으로 장소를 지정해도 경비실이나 1층에 두고 가면서 갈등을 빚었다. 드물게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임에도 1층에 두고 가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 배송돼 분실, 파손 등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도 있다.

택배사들은 고객이 희망한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배송됐을 경우 고객센터로 연락하면 시정한다는 입장이다. 임의로 배송된 상품이 분실·파손됐을 때는 귀책 사유 등을 따져서 배상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택배 본사 고객센터에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번 일일이 연락해 해결을 요청하기도 어려운 데다 계속되는 기사와의 갈등이 두렵다는 호소도 있다.

택배사들이 기본적으로 준수하는 '택배표준약관'에도 지정 장소로 배송해야 한다는 의무를 정한 내용은 없다.

다만 15조(수화인 부재 시의 조치)에서는 '고객(송화인/수화인) 요청시 합의된 장소에 보관하게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고객과 합의된 장소에 보관하는 때에는 고객(수화인)에 인도가 완료된 것으로 한다'는 기준이 있을 뿐이다.

택배사들은 이와 관련한 고객 민원이 접수되면 각 지역 대리점에 문제 개선을 요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이기에 본사가 강제적으로 나서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