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통왕’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미국서 제대로 빛나...‘혁신 기업가’ 본질에 주목

2025-01-23     이정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여해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연이은 만남을 가지며 존재감을 드러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트럼프 일가와의 인연이 주목 받고 있다.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의 초대로 워싱턴을 찾았으며 아내인 한지희 씨와 주요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이는 트럼프 주니어가 정 회장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정용진 회장 부부는 취임식 이전의 비공식 프라이빗 행사부터 취임식 당일 ‘Starlight Ball’ 무도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부터 글로벌IT 기업 경영진까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졌다.

정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를 비롯해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크 루비오와도 만남을 가졌다. 데이비드 삭스는 미국 기업가이자 벤처 투자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오른쪽)
정 회장은 워싱턴에 도착해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벤처 투자 기업 1789 캐피탈을 공동 설립한 오미드 말릭, 크리스토퍼 버스커크와 함께 식사를 하며 공통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프라이빗 사교 행사에서는 오클라호마주 현직 주지사 케빈 스타크를 만났으며 지난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일론 머스크와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X(옛,트위터)’와 ‘우버’ 등 글로벌 IT 기업이 공동 주최한 프라이빗 행사에도 초대받아 참석했다.

◆ 국경 넘나드는 소통 리더로 자리매김

정 회장은 최근 소통을 기반으로한 혁신 추구 리더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그간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신세계그룹의 혁신과 고객 만족을 위한 본업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실된 소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꾸준히 다양하고 넓은 인맥을 가꿔왔다. 사촌 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선물산 사장은 경기초 동문이다. 특히 동갑인 이재용 회장과는 대학 입학 당시 나란히 서울대 서양사학과,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합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부진, 이서현 자매와는 문화와 예술, 패션 등 관심사를 공유하며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맞수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과도 사업 관련 아이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는 신앙적인 공감대로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왔다. 정 회장이 자택으로 초대해 기도 모임을 함께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의 본질은 ‘혁신 기업가’이다. 지난해 3월 회장에 오른 이후 정 회장은 숨가쁘게 혁신을 실행하고 독려 중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위기를 정면 돌파할 핵심 무기로 ‘1등 고객을 만족 시키는 본업 경쟁력’을 앞세웠다. 그는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년사는 그룹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그룹의 본질적 존재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정 회장이 꺼낸 '본업 경쟁력 강화'와 '1등 고객' 화두는 그룹 내부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에 그룹의 존재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됐고 변화와 혁신을 향한 치열함을 잃었던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는 반응이 쏟아졌다고 한다.

신년사에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내내 ‘치열한 혁신’을 앞장서 실천했다. 정 회장은 회장에 오른 직후 “격변하는 시장에 놓인 유통기업에게 변화는 필수 생존 전략이다. 나부터 확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실행에 나선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신세계 이커머스의 지속가능한 성장 시스템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CJ와의 MOU를 지휘하며 이커머스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결단을 내렸다.

정 회장은 기존 물류 역량으로는 현 시장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바라보고 물류 전문기업과의 협업으로 약점을 보완하는 솔루션을 고안했다.

지난해 6월 지마켓과 SSG닷컴의 대표를 교체한 것도 이커머스가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결단이었다는 설명이다. 인사 쇄신은 정 회장이 회장 승진 후 강조한 핵심사안이다.

정 회장은 철저한 성과 위주로 수시 인사를 하겠다는 원칙을 가졌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 임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신속한 결단도 성과주의 인사의 큰 축이다. 정용진 회장은 회장에 오른 이후 부정부실이 확인된 임원들에 대해 최측근이라도 관용 없이 즉각 해임했다.

신세계그룹은 그간 정기 인사를 제외하고는 임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전무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철저한 신상필벌에 입각한 성과주의 조직 구현’을 경영 철학으로 제시했고 회장 원년부터 실행에 나섰다. 조직에 잔존한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긴장도를 높여 성과를 독려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말 발표한 알리바바와의 협업은 이커머스 정상화에서 한층 나아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승부수로 여겨진다.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손을 잡은 것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와 연결해 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의 배경이다.

◆ 실적으로 증명한 ‘혁신 성과’

그룹 중추인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도 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 중 하나다. 정 회장은 23년 이마트의 사상 첫 적자라는 위기 상황 속에 24년 회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 개편에 앞선 그룹 인사에서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통합 대표로 한채양 대표를 임명하며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조각했다.

새 대표를 맞은 이마트는 2024년 시작과 함께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을 최저가 수준에 공급하는 대형마트 본업 경쟁력 강화를 최일선에 내세웠다. 그로서리 강화와 함께 고객들이 경험을 점유하는 ‘새로운 이마트’로의 리뉴얼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 회장은 “신세계의 모든 사업장은 고객을 위한 위한 공간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마트24 3사의 기능 통합 작업도 순항 중이다.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는 지난해 7월 합병 법인이 출범했고 이마트24는 기능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한다고 강조했다. 통합 이마트는 매입부터 물류까지 주요 분야 수익성을 개선하고 고객 혜택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가 진행 중인 경쟁력 강화 조치는 정 회장이 강조하는 ‘철저한 수익성 중심 전략’을 기반으로 한다. 정용진 회장 취임 후 이마트 실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실적을 끌어올리며 연결 기준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22%(386억 원) 증가했다.

이마트만 놓고보면 3분기 누계 총매출은 11조6693억 원, 영업이익 195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2269억 원), 영업이익은 31%(463억 원) 각각 증가한 수치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뒤쳐질 수 없다는 우리의 절박함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격려하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본업 경쟁력으로 경쟁자를 압도하자”고 주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