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체 민원 90% 감소…홍콩 ELS 여파로 한국투자·미래에셋·KB 등 대형사 민원은 2.5배 급증
2025-02-03 이철호 기자
그러나 홍콩H지수 ELS를 비롯한 금융상품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많아짐에 따라 대형 증권사의 민원은 오히려 전년보다 2.5배 이상 급증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8개 증권사의 민원건수는 총 2077건으로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 하지만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지난해 민원건수는 총 1686건으로 전년보다 163.8%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전년보다 879.5% 증가한 715건으로 민원건수가 가장 많았다. 홍콩H지수 ELS, 해외 부동산펀드 판매 관련 민원이 많았다는 것이 한국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177.5% 증가한 222건으로 2위였으며 KB증권이 253.3% 증가한 159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도 지난해 민원건수가 100건 이상이었다.
반면 대형사 중 대신증권은 전년보다 30.6% 줄어든 59건을 기록한 가운데 키움증권과 메리츠증권도 민원건수가 각각 전년 대비 26.9%, 23.8% 감소했다.
대형사의 경우 펀드, ELS 등 투자상품 판매 관련 민원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의 상품판매 관련 민원건수는 총 1307건으로 전년보다 440.1% 증가했다.
이는 홍콩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발생으로 인해 은행은 물론 증권사에서도 파생상품 관련 증권사와 투자자 간 분쟁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금보존을 희망하는 투자자에게도 ELS에 가입하게 하거나 판매직원이 고령투자자 고객 대신 가입절차를 진행하는 등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개인투자자 대상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은 총 17조3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2조9000억 원이 증권사를 통해 판매됐다. 증권사가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에 판매한 홍콩H지수 ELS 규모도 8000억 원이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해외부동산 펀드 투자 후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와 관련된 투자자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들어 미국 뉴욕 맨해튼 소재 호텔에 투자한 사모펀드 손실로 KB증권, 하나증권 등이 투자금 일부를 배상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판매된 벨기에 오피스 펀드에서도 전액손실이 발생해 증권사 측에서 불완전판매 조사에 들어갔다.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1월 31일 기준 해외 부동산펀드 310개 중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펀드는 68개였다. 50%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펀드도 16개였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 해외 부동산 펀드 등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원을 접수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조사를 거쳐 실제 불완전판매 문제가 있었을 경우 투자자에게 배상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공모주 청약 관련 전산장애 민원이 많았던 2023년과 달리 지난해는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대폭 줄었다.
중소형사 중 2023년 바이오인프라 상장 첫날 서버 장애로 1만4190건의 민원이 발생했던 DB금융투자는 지난해 민원건수가 34건에 그쳤다. 2023년 6월 진영 상장일에 온라인 접속지연 문제로 5946건의 민원이 발생했던 iM증권도 지난해는 14건에 불과했다.
대형사 역시 2023년 대비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 줄었다. 10대 증권사의 지난해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총 64건으로 전년보다 36.6% 감소했다.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2023년처럼 대규모 전산장애가 발생할 경우 증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전산시스템 고도화,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