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공모주 싸게 살 수 있다' 유인, 돈 받고 잠적...증권사·투자자문사 사칭한 'IPO 사기' 기승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증권신고서' 공시 정보 체크 필수

2025-02-23     이철호 기자
# 투자자 A씨는 지난해 말 SNS 단톡방을 통해 B투자자문 회원에 가입해 비상장사 공모주 투자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 스타트업 C사의 스팩상장이 예정됐으니 비상장주를 지금 매수하면 최소 4~5배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는 매니저의 말에 혹한 것이다. 하지만 매니저는 B투자자문 임직원을 사칭하고 있었다. 실제 B투자자문은 지난해 6월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후 1월 말 단톡방을 운영하던 매니저들은 SNS ID를 삭제하고 잠적했다. 투자금을 떼인 피해자들은 현재 40여 명으로 추산된다. A씨는 "처음에는 실제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공모주를 주며 단톡방 회원들을 현혹한 뒤 회원들에게 액면가 500원에 불과한 비상장주를 4만 원에 팔고 잠적했다"며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다.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자금을 가로채는 금융사기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이들은 실제 증권사, 투자자문사 등의 임직원을 사칭할 뿐만 아니라 추가 입금을 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을 협박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상장사 주식 매매 커뮤니티, 네이버 블로그·카페 등에서 비상장사 주식 관련 사기를 당한 이들이 잇달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비상장사의 IPO에 앞서 주식을 매수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다량의 금액을 입금했으나 나중에 사기임을 알게 된 뒤에도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 최근 코스피 상장을 진행한 LG CNS는 공모주 청약 관련 사기가 들끓자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B사와 같은 스타트업은 물론 LG CNS와 같은 대기업 IPO 공모주와 관련된 청약 사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LG CNS는 홈페이지에 IPO 공모주 청약 사기를 주의하라는 공지를 올렸다.

비상장사 공모주 사기의 경우 실제 증권사나 투자자문사 등 금융사 임직원을 사칭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일반 투자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해외 금융기업을 사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최근 3개월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모주 투자 관련 사기 사례를 확인한 결과 미래에셋증권과 같은 국내 대형 증권사는 물론 미국 골드만삭스, 캐나다 TD증권과 같은 해외 증권사를 사칭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사칭 수법도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단순 임직원 사칭을 넘어 국내 증권사 MTS를 흉내 낸 웹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받는 것은 물론 실제 해외 증권사 한국 홈페이지인 것처럼 사이트를 꾸미는 사례도 발견됐다.
 
▲미래에셋증권 MTS를 사칭한 앱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렇게 실제 금융사를 사칭한 사기범들은 비상장사 공모주를 싸게 매수할 수 있다고 투자자를 현혹하고 자금을 받은 뒤에는 잠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개중에는 더 많은 금액을 주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투자자를 협박하는 일도 있다.

투자자 D씨는 지난해 말 네이버 밴드를 통해 해외 증권사 임직원을 사칭한 이들의 안내를 받아 앱을 설치하고 300만 원을 예치한 뒤 공모주를 배정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들은 공모주 수만 주가 배정되면서 6500만 원에 달하는 대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계좌 동결은 물론 금감원, 법무부로부터 법적 소송도 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D씨는 "공모주 청약 시 4배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일반 청약금액보다 저렴하게 청약할 수 있다고 해서 자금을 예치했다"며 "본인이 청약해서 당첨된 거라 반드시 입금해야 한다며 협박한 뒤 SNS 방과 사이트가 사라져 잃은 돈을 복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피해를 겪지 않으려면 투자하려는 비상장사가 실제 IPO를 진행하는지, 공모주 청약이 어느 증권사에서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공모주 청약을 위한 증권신고서가 공시됐는지 확인하고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청약 기간과 인수인(증권사) 정보도 체크해야 한다.

또한 공모주 청약의 권유는 공시된 투자설명서를 통해서만 이뤄지므로 전화나 문자 등을 통한 투자 권유에 응해서는 안 된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운용사 등을 사칭한 사례가 발견됐을 때 홈페이지나 MTS를 통해 이를 알리고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은 제도권 내의 증권사를 통해서만 공모주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