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경기둔화 전망에 금리인하... 통화정책만으로 성장률 개선 어려워"

2025-02-25     박인철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기둔화 전망에 금융통화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의 경계가 여전하지만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경기가 크게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1월에는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중요한 요인이었고 이번 전망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관세 정책 등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종전 3%에서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가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여 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부진 등 내수 침체,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의 악재가 고루 반영됐다.

2월 기준금리 인하는 금통위 전원 같은 의견이었다. 단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머지 2명은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할 때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은은 경제 성장률 전망을 1.5%로 기존(1.9%)보다 0.4%포인트 낮춘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이 집행될 경우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것이라 말했다. 

이 총재는 “추경을 15~20조 원 규모로 편성하면 경제 성장률이 1.5%에서 1.7%로 상향될 것”이라면서 “그 이상으로 추경될 경우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화 정책만으로 성장률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 이 총재의 생각이다. 더 높은 성장률이 필요하다면 재정정책과 공조가 필요하고 공조 없이 금리를 낮추면 환율이나 물가에 영향이 생겨 금융 안정 기조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내년 경제 성장률 1.8%에 대해선 현재 ‘한국의 실력이 그 정도’라고 강조했다. 산업구조 재편 등 구조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서 1.8%라고 하면 위기라 보는데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면서 “신성장동력을 키우지 않고 해외 노동자도 데려오지 않는데 그 이상으로 성장하려면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