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고객센터 무료전화 실종...64개사 중 52곳 발신자가 통화료 부담

상담·신고·불만접수 등 모두 소비자가 비용 부담

2025-03-04     박인철 기자
국내 금융회사 대부분이 수신자부담전화(080) 대신 1544, 1588 등 발신자 부담 유료 전화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080 수신자부담전화로 고객센터를 운영하더라도 회사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번호를 노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고객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4일 국내 64개 금융회사(은행 16곳, 손보사 10곳, 생보사 10곳, 증권사 20곳, 카드사 8곳)를 대상으로 고객센터 080 수신자부담전화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080 무료 전화(고객센터 모든 서비스 가능 기준)를 운영하는 곳은 12곳에 그쳤다. 

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7곳으로 가장 많았고 카드사는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 단 2곳뿐이었다. 증권사 중에서는 한화투자증권,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이 운영 중이다.
 
◆ 080번호 고객센터 운영 금융회사 극소수... "음성통화 수요 적어"

그나마 080 번호로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곳 중 상당수는 홈페이지에 안내하지 않아 고객들이 080번호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은행권은 080번호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7곳 중에서 우리은행을 제외한 6곳은 홈페이지 내에서 별도로 안내하지 않았다. 카드사 중에서도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080번호 고객상담 전화가 있었지만 홈페이지 내에서 존재를 알 수 없었다. 

고객의 소리(VOC) 또는 불만접수 등 한정적인 업무만 080 번호로 응대하는 금융회사도 여럿 있었다. 기업은행, 교보생명, 삼성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발신자 부담 번호로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경우 고객 상담 및 각종 제신고, 불만사항 접수 등으로 통화를 할 경우 소비자가 비용을 직접 부담하고 있었다. 

요금은 스마트폰으로 이용시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됐더라도 일정 시간 부가 음성 통화량을 제공받는데 이를 초과할 경우 요금이 부과된다. 통상적으로 1초당 1.98원이다. 유선전화의 경우 시내전화 요금으로 간주돼 3분 당 39원의 통화요금이 부과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담, 민원 전화를 여러 차례 이용할 경우 통화료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상담 전화 특성상 통화 시간이 10분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보험을 예로 들면 보장 내용이 복잡한 상품의 특성상 상담사들의 설명이 많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질의도 많아 자주 상담하는 고객이라면 요금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증권사의 경우 HTS나 MTS 접속지연으로 주식거래가 지연될 경우 전화주문으로 유도하는데 이 경우 통화요금이 별도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상담에 앞서 대부분 금융회사는 전화 도입부에 장시간 자사 광고를 넣거나 여러 차례 단계를 거쳐야 상담원과 연결되는 시스템이라 통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매일 유료 번호 외에도 AI, 보이는 ARS 등 다른 소통 창구가 많아 080 번호를 의무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홍보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080 번호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후로 유료 통화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초부터 1588을 사용했고 080 번호를 딱히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상담의 기능이 예전처럼 전화에 집중돼있지 않다. 스마트폰 기능 사용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비용이 걱정될 정도로 통화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지주계열 카드사 관계자도 “080 번호 자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제도도 아니다. 다만 혹여 생활이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운영하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