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전 직원 4분의 1이 AI·디지털부서 소속이라고?...'테크 기업' 전환에 공격적 투자행보
2025-03-10 이은서 기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선언한 뒤 매년 영업이익의 30%에 달하는 금액을 AI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이렇게 10년간 투자한 금액은 1조 원이 넘는다.
현대카드는 업황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직원수를 100명 이상 늘렸는데 올해 2월말 기준 전체 직원 2114명 가운데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500명 이상의 직원들이 AI·디지털 조직에 소속돼 있다. 지난 2015년 관련 인력에 20명에 불과했지만, 10년 사이에 무려 25배 늘린 것이다.
AI·디지털 조직은 배경화 현대카드 디지털 부문 부사장 아래 별도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디지털 본부 △AI기획실 △AI사업본부 △AI플랫폼본부로 세분화돼 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AI 데이터 관련 연구와 개발에 매진한다.
현대카드가 이렇게 AI 연구개발에 진심인 이유는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데이터 사이언스’를 키우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AI 기술 개발과 관련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활동이다.
현대카드의 최종 목표는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신용카드 본업인 지급결제를 데이터 인프라로 확장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축적된 역랑을 기반으로 탄생한 상품이 '유니버스(UNIVERSE)'다. 유니버스는 현대카드가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이다.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태그’로 개인의 행동·성향·상태 등을 예측해 고객을 직접 타게팅할 수 있다. 업종 상관없이 비즈니스의 전 영역에 적용 가능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3대 신용카드사인 스미토모미쓰이카드사(SMCC)와 플랫폼 ‘유니버스’의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수백 억 원에 달한다. 한국 소프트웨어 수출 사상 최고액이며 국내 금융회사가 AI 소프트웨어를 수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카드의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가 성공한 데에도 AI 기반 플랫폼의 공이 크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 7월까지 발급된 현대카드의 PLCC는 575만3975장으로, 전체 PLCC의 약 78%를 차지한다. PLCC는 특정 브랜드와 제휴해 해당 브랜드와 관련된 혜택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신용카드다.
현대카드는 PLCC 파트너사가 마케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솔루션을 제공한다. 데이터는 AI를 활용한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예측한 자료다. 이 과정에서 PLCC 파트너사들 간 교차 마케팅 협업이 가능하도록 한 데이터 동맹 플랫폼도 개발했다. 현대카드와 데이터 동맹을 맺은 PLCC 파트너사는 CJ올리브영, 대한항공, 이마트, GS칼텍스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있으며 이들을 포함한 파트너사들과 진행한 마케팅 협업 건수도 2000여건에 달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2015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 점이 현대카드의 AI 선도 전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카드는 올해도 테크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AI 인력 확보와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디지털 부문 공채를 실시했다. △AI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클라우드 개발자 △IT 개발자 △아키텍트 등 다양한 직군을 채용했다.
또한 현재 SMCC가 속한 일본 미쓰이 스미모토 파이낸셜 그룹(SMFG) 산하 타 계열사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유니버스 수출 확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본업 신용판매업 외에도 AI 데이터 사이언스를 핵심 사업으로 생각하며 투자를 지속하고 있따”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