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카드사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기준 두루뭉실...KB국민카드만 상세 공개

"구체적 잣대, 신청 제한 역효과 우려" 주장

2025-03-12     이은서 기자
# 경기 하남에 사는 박 모(여)씨는 최근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연봉이 늘면서 가계 대출 관련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기 위해 A은행의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자산 증가 관련 구체적 금액 등과 같은 기준이 나와 있지 않아 실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도 금리인하가 가능할지 혼란스러웠다. 박 씨는 "최근 연봉 증가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했으나 구체적 기준이 없어 거절될까봐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오로지 금융사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고 공평한 기준으로 금리 인하가 되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보험·카드사 등 금융업권 대다수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인하요구권을 심사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삼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면 오히려 신청을 제한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되레 신청을 망설일 수있고 이자수익이 줄어드는 금융사의 불이익을 전제하기 때문에 심사가 객관적으로 진행되는지에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재산 증가나 신용등급 또는 개인신용평점 상승 등 신용상태 개선이 나타났다고 인정되는 경우 거래 금융기관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카드사들의 경우 구체적인 신청 기준을 공개하고 있는 곳은 8개 전업 카드사 중 KB국민카드 단 1곳에 그쳤다. 
 
▲국민카드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기준

KB국민카드는 금리인하요구권의 신청 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소득·재산 등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기준으로 △신용 상태 개선 시에는 최근 6개월 대비 개인신용평점이 60점 이상 상승돼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에 해당된다. 

이어 △소득 증가는 연 소득 400만 원 이상 소득이 증가한 경우 △재산 증가는 최근 6개월 이내 부동산 취득 또는 보유 재산이 4000만 원 이상 증가한 경우 △재직 변동 시에는 최근 6개월 이내 취업/이직/승진에 의한 소득이 증가한 경우 △전문직종 자격 보유 및 자격 취득에 따른 직장 변동 등이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다고 해서 100% 수용될 수 없으므로 신청 대상 기준의 적정선에 대해 나열했다. 다만 국민카드도 타사랑 유사하게 고객의 신용도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산정해서 심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씨카드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기준

국민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도 △신용도 상승 △소득(취업, 승진, 이직 등) 및 자산 증가 등을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기준으로 공지하고 있다. 현대카드, 신한카드, 비씨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당사와의 신용 거래 내역 증가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이나 재산, 신용거래의 증가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 금액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청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 고객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구체적 금액 등에 대한 내용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기준

금리인하요구권이 활성화된 대형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모습이다. 홈페이지 내 금리인하요구권이 공개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소득 및 재산 증가 △신용도 상승 △거래실적의 변동 등을 신청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소득이나 자산 등 금액에 대한 기준은 없었다. 

현대해상 KB손해보험,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등 대형 생명·손해보험사 상당수도 카드사나 대형 시중은행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안내하고 있었으나,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일부는 이보다 미흡했다.
▲ 삼성화재(위)와 DB손해보험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기준

대부분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은 금리인하요구권 자격 조건에서 '소득이나 재산 증가 시'에 대해  취업이나 승진, 전문자격 취득 등 예시를 들고 있다. 또 신용도 상승에 대해서는 'CB사의 신용평점 상승, 부채 감소 등'을 예시로 든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소득 증가에 대해 '삼성화재 내부 신용등급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뿐이다.

DB손해보험은 '대출 상품 이용 고객 중 신용상태의 개선(직업, 승진, 재산증가 또는 신용등급 상승)이 있는 고객'으로 안내하고 있다. 타사에서 △소득 및 재산 증가 △신용도 상승 등으로 분류해 안내하는 것과 달리 이를 짧게 요약해 안내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업 감독규정에 맞춰  안내를 하고 있다. 고객 신청 시에는 전화나 문자로 안내를 다시 드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내부적 기준에 맞게 금리인하요구권 자격 조건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 것. 또 이미 기대출자들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카카오톡 등 개별 안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금리인하요구권 기준을 공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구체적 기준을 설정할 시 고객들의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에 있어서 제한을 두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어서 그 가이드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이트에 구체적 기준을 공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명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이 정말 어느 정도로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사전에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사이트에 구체적 기준을 명시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금리인하 요구권에 대한 기준을 공개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