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사고 잇따르는데 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는 모두 '최우수'...'셀프평가'로 신뢰성 의문

2025-03-13     박인철 기자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평가방식이 여전히 ‘자체평가’에 의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매년 내부통제 불안 이슈가 불거지는데도 사실상의 '셀프평가'로 90% 이상의 사외이사가 최고등급 평가를 받는 것이다.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12일 국내 8개 은행계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각 사는 사외이사들에 대부분 최고 등급을 부여했다.  
KB금융지주(회장 양종희)는 사외이사 7명 전원에 ▲충실성 ▲전문성 ▲리더십 ▲기여도 등 4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매우 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평가 항목을 ▲충실성 ▲전문성 ▲윤리책임성 ▲기여도로 나누는 우리금융(회장 임종룡), 농협금융(회장 이찬우)도 사외이사 전원이 ‘최우수’, ‘최고’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나금융(회장 함영주)은 9명 중 7명이 ‘최고수준’을 매겼고 신한금융(회장 진옥동)은 ‘최고수준’과 그다음 등급인 ‘기대수준’으로 유일하게 사외이사 9명을 차등화했다. 4개 항목 모두 최고수준을 받은 사외이사는 3명이었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은 부당대출,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지난달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주회장 중심의 낙후된 은행권의 지배구조가 대규모 금융사고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외이사가 대부분 내부 고위직의 추천이나 금융 관계부처 출신 등의 관계로 엮여있다 보니 사내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고 지적하고 힘들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평가 주체도 논란거리다. 평가 기준만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설계할 뿐 은행계 금융지주 중 DGB금융지주(회장 김태오), BNK금융지주(회장 빈대인)를 제외하면 모두 지주 내부 구성원들이 사외이사를 평가하고 있다. 그나마 BNK금융도 평가 비중의 15%만이 외부 평가다.
▲BNK금융 사외이사 평가 비중
외부평가를 진행 중인 DGB금융은 매년 2월 사외이사별로 이사회 사무국에서 선정하는 외부평가기관을 통해 서면조사 및 면담을 하고 있다.

면담조사 등을 통해전략성, 규정 준수 등 9개 부문의 기여도/전문성(비중 70%)과 활동성(비중 30%)을 평가하고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2018년부터 외부기관을 통해 사외이사의 업무수행 능력 검증을 의무화하면서 객관적이고 가감없는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의 금융지주들은 이사회와 지배구조 내규 등을 통해 필요시 외부기관에 의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은 해뒀다. 다만 사외이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공신력 있는 외부평가기관이 없고 내부자료 유출 가능성이 있어 외부평가를 배제하는 분위기다. 

KB금융의 경우 설문 방식으로 이사회 구성원간의 동료 평가로 진행하며 신한금융은 ▲본인 ▲다른 사외이사 ▲직원(이사회, 이사회내위원회 소관 부서장)으로 이루어진 다면평가로 실시한다. 대부분 비슷한 방식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에선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사외이사 독립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내부 위주의 사외이사 평가 제도로인해  지난해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음에도 다수 사외이사가 최고점을 받았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로 칭찬 일색의 최고 수준 평가가 관행처럼 굳어지면서 ‘제 식구 감싸기’ 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현재 평가 제도는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보기 어렵다. 규정을 강제하더라도 새로운 평가 방식을 도입해 사외이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급적 외부 평가 기관에서 설문 내용을 의뢰해 활용하는 등 객관적인 평가를 권고하고 있지만 규정이 아니다 보니 금감원에서도 강제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금융지주에서) 변경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