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 철거비 업체별로 천차만별...귀책범위 두고도 갈등
인건비와 운송비 등 포함 비용
2025-03-17 송혜림 기자
# 경북 포항에 사는 김 모(여)씨는 B사 정수기를 렌탈 계약할 시 향후 해약할 경우 해지철거비용은 1만5000원이라고 안내받았다. 그러나 렌탈 3년 후 계약을 해지하려고 보니 처음 안내 받았던 비용의 4배인 6만 원을 청구 받았다. 김 씨는 “철거 비용이 인상된 사실은 안내받지 못했다”고 당혹감을 표했다.
#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홍 모(여)씨는 C사 렌탈 정수기 이용 중 가게 폐업을 이유로 업체 측에 제품 회수를 요청했다. 본사에서는 철거비 5만 원을 청구했고 홍 씨는 작은 사이즈의 제품이라 자체 수거하겠다고 답했지만 안 된다며 거부당했다. 홍 씨는 "제품을 자체 반납을 하겠다고 해도 철거비를 받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렌탈 계약을 계속 유지하게 하려는 규정같다“고 지적했다.
렌탈가전제품의 철거비를 둘러싸고 소비자와 기업간에 갈등이 빈번하게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물 구조상 이전설치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철거를 해야 하거나 제품을 자체 반납을 원하는 경우에도 철거비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 동일한 종류의 제품인데도 업체마다 철거비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도 불만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회사 측 과실이 아닌 상황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 철거비 부과가 불가피하며, 회수 과정에서 제품 손상 우려가 있어 기사가 직접 나가서 철거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철거비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코웨이, 청호나이스, SK매직, 쿠쿠 등 국내 대형 렌탈사 6곳 모두 계약 만료나 회사 측 과실과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철거비를 징수하고 있다.
과거 일부 렌탈업체가 귀책사유와 상관없이 철거비를 부과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지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린 뒤에는 소비자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철거비를 받지 않고 있다.
다만 별도의 산정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마다 철거비는 제각각이었다.
정수기의 경우 청호나이스가 일률적으로 2만 원을 받는 데 비해 SK매직 얼음정수기는 6만 원을 부과해 3배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 정수기는 철거비가 11만7000 원에 달하지만 철거가 까다로운 일체형 빌트인 정수기만 제공하고 있어 단순 비교가 어렵다.
공기청정기는 LG전자와 코웨이 등 대부분의 업체가 2만~3만 원을 받고 있는데 비해 삼성전자는 그 2~3배 수준인 8만8000 원에 달했다.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삼성전자 제품의 사이즈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쿠쿠는 제품과 고객의 상황에 따라 비용이 다를 수 있다는 이유로 철거비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렌탈업체 관계자는 "철거비에는 기사가 직접 현장에서 고장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판단비 개념으로도 비용이 청구되고 제품을 폐기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개 사 모두 계약서에는 렌탈 기간 중 해약 시 철거비가 부과된다는 안내와 각 제품별 비용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렌탈사 6곳 중 삼성전자와 LG전자, SK매직, 코웨이는 홈페이지 Q&A 또는 구매 페이지 상에 철거 비용을 안내하고 있지만 그 외 업체들은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전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와 자체 반납을 원하는 경우에도 철거비를 매기는 데 대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제품을 이전 설치할 경우 사전에 서비스 매니저가 이전 설치되는 곳을 살펴보고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만일 이전 설치가 불가능해 계약 해지가 이뤄질 경우 고객 책임으로 보고 철거비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C사 관계자는 “고객이 직접 제품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제품이 파손되거나 고장나면 고객이 제품 배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본사에서 직접 나가 회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렌탈은 언제든지 중도에 해지할 수 있고, 렌탈이 가전 소유에 대한 부분으로 가치가 변화했기 때문에 렌탈 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계약 시마다 설치, 철거 비용을 받는다면 계약 해지 권리에 대한 기본 청약 철회에 대한 기본 조건에 어긋나며, 약관에 고지했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일일이 찾아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