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곤두박질치고 관세 폭탄 떨어졌는데 '초호황' 현대차 만큼 성과급 달라고?…현대제철 노조의 요구
현대제철 노사가 성과급 지급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8%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적이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노조가 현대자동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철강 3사 가운데 현대제철의 수익성 부진 문제가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대표 서강현) 노사는 지난 13일 제23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사측은 이전과 같은 '기본급 450%+1000만 원'을 고수했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노조는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에서 파업 재개를 결정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현대제철의 노사 갈등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사측은 약 2650만 원대 성과급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달라”고 주장하면서 이견이 생겼다. 현대차 성과급은 ‘기본급 500%+18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4000만 원가량이다.
이는 현대제철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구다. 지난해 현대제철 실적은 매출 23조2261억 원, 영업이익 31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6%, 60.6%가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98% 감소한 88억 원에 그쳤다.
노조가 비교한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75조2311억 원, 영업이익 14조239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로 소폭 감소했지만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매출만 비교해도 현대차가 현대제철에 비해 7배 이상 많다.
현대차그룹 내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현대로템 등 대다수의 계열사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도 다음 달 2일 미국에서 시행을 앞둔 ‘자동차 및 반도체 등의 품목별 관세‧국가별 상호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에 관세가 적용되면 수출에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 25%가 부과될 경우 연간 총수출액 347억4400만 달러에서 약 18.6%인 64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미국 관세 부과 시행을 대비해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의 생산 규모를 기존 70만대에서 12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미국에서의 수출 감소를 우려해 캐나다‧인도‧호주‧유럽 등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출처 다각화를 통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관세 이슈에도 불구하고 올해 현대자동차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아직 긍정적이다. 올해 전망치는 매출 186조7085억 원, 영업이익 15조852억 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5%, 6%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현대제철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과 미국의 수입 철강재 관세 25% 부과 등으로 경영 환경 악화가 갈수록 이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현대제철의 전망치를 매출 23조7225억 원, 영업이익 5876억 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어난 수준이지만 지난 2023년 7983억 원, 2022년과 1조6165억 원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3사 가장 높은 성과급을 제시했다.
포스코(대표 김학동)는 지난해 매출 44조6440억 원, 영업이익 1조732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4.8% 감소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성과금 명목으로 ‘경영 목표 달성 동참 격려금 300만원+노사화합 격려금 300만 원’ 등 총 600만 원을 지급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하고 이어 11월 1선재공장 가동을 중단도 결정하는 등 감산에 들어갔다.
같은 해 10월에는 사무직 대상 만 50세 이상, 직급 10년 차 이상 장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비핵심 사업 및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상황은 동국제강(대표 최삼영)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동국제강은 매출 3조5275억 원, 영업이익 1024억 원이었다. 매출은 34%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6.5% 감소했다. 성과급 역시 ‘기본급 100%+1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동국제강 역시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6월부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선제적 감산 조치에 들어갔다. 인천 공장에서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주간 조업을 줄이고 심야전기를 활용한 야간 조업시간을 늘리는 등 원가절감에 매진하고 있다.
철강업계 전체가 비상 긴축 경영에 돌입한 데다 현대제철 역시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