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규모 KDDX 사업 윤곽 나온다…HD현대중공업 vs 한화오션 승자는?

2025-03-17     선다혜 기자
총사업비 7조8000억 원에 달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사업 윤곽이 조만간 드러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날 2시부터 사업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방식을 심의 중이다. 이번 심의에서는 수의계약 또는 경쟁입찰 중 하나로 사업 방식이 결정된다. 

최종 결정은 내달 예정된 국방부 장관 주재 방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다만 이날 분과위에서 결정된 사안이 최종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총 사업비만 7조8000억 원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KDDX 방산업체로 복수 지정됐다. 
 
▲한국형 차기구축함 조감도(KDDX). 사진=HD현대중공업.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1번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어지는 군함 건조 과정에서 KDDX 개념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보통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건조까지 책임진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화오션 측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진 이후 양사의 갈등이 불거졌다. 

방사청은 지난 2023년 유죄판결 이후 “임원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2월 HD현대중공업 KDDX사업 입찰제한을 면제한 바 있다. 

이후 양측은 고소·고발에 나서며 대립했고, 2023년 11월 취하하며 갈등 봉합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KDDX상세설계인 3단계 사업자 선정을 두고 이견이 갈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주장하는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한발 양보한 한화오션 측은 공동설계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HD현대중공업 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수의계약을 고수하고 있다. 

경쟁 과열 속에서 방사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을 단독 사업자로 선정하고,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에 일부 일감을 외주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전력화 지연과 효율성 저하 문제를 고려할 때 기존 원칙을 고수하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방사청은 양사 경쟁이 과열되면서 공동 개발 방안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주도하고 한화오션이 협력하는 형태다. 하지만 양사 간 지분 배분이나 방사청과의 계약방식, 책임소재 등 부분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면 이미 1년가량 늦춰진 KDDX 사업이 더 늦어질 수 있다.

최근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이례적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서신을 보내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 상황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막판 변수도 있다. 최근 한화오션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문제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방사청은 한화오션이 1단계 설계자료를 최근까지 보관·활용한 것을 두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라고 신고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결격사유가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기존 원칙대로 HD현대중공업이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한화오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 등을 모두 반려하면서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반려가 한화오션의 무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방사청 측 역시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보고서의 무단보유와 무단 활용 사실을 확인해 국군방첩사령부에 조사를 요청해 진행 중”이라며 “‘문제없음’으로 결론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