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에 투자한 국민연금, 혈세 9000억 원 떼일 위기...“손절해야” 질타 봇물
2025-03-19 유성용 기자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홈플러스 투자 손실액을 묻는 질의에 “2015년 홈플러스에 투자했다가 현재 받아야 할 돈이 공정가치(시장가격)로 9000억 원가량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날아가는 건가?”라고 물었고, 서 본부장은 “손실이 확정되면 그렇다”고 답했다.
사실상 투자 회수가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MBK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차입매수(LBO), 이른바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자산 매각 등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사모펀드에는 기금을 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날 서 본부장은 MBL와 손절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서 본부장은 “앞으로는 자산 매각에 따른 성과를 갖고 운용하는 곳은 거래하지 않기로 하겠다”고 밝혔다.
서 본부장은 MBK에 법적 제재가 있을 경우 현재 약정한 투자금까지 철회할 수 있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국민연금은 10년 전 홈플러스 대주주인 한국리테일투자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5826억 원을 투자했다.
한국리테일투자는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한국리테일투자는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에 투자했다. 궁극적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돈이 한국리테일투자의 홈플러스 인수대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후 국민연금은 배당 등으로 RCPS 투자금의 일부를 회수했으나, RCPS 원리금 상환이 지속 지연되면서 약정에 따라 국민연금이 받아야 할 돈은 9000억원 가량으로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2011년부터 MBK가 조성한 펀드에 꾸준히 출자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도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로 MBK를 선정했고, 최근 3000억 원 규모의 출자 약정도 체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태로 수천억 원의 손실 위기가 발생하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MBK의 홈플러스 투자와 경영 사례처럼 인수자금 부담을 피인수기업이 떠안게 만들고, 자산을 매각해 해당 인수자금을 갚도록 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출자사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에 대한 투자 재검토’를 요구했고, 서 본부장은 “투자를 거절할 수 있는 조항은 법적으로 제재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라고 말했다.
향후 금융당국이 MBK의 홈플러스 사기 채권발행 의혹 등을 조사한 뒤 제재를 하면 지난달 MBK와 약정한 3000억 원 투자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MBK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할 당시 공고문에 “법령 위반으로 운용사 사모투자 부문에 대해 감독기관의 조치예정사전통지 등을 받은 경우 (위탁사) 선정 이후에도 선정 취소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모두 MBK와 홈플러스의 사기 채권발행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