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줬더니 잠수...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피해 급증하는데 공정위 자율협약도 표류
업계 "분쟁 발생하면 조율에 최선" 입장
2025-04-01 이설희 기자
# 광주 서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월 중개 플랫폼 ‘내드리오’를 통해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했다. 업체는 공사 중 마음대로 중단하더니 결국 계약파기를 요구했다. 김 씨는 잔금 처리 과정에서 인테리어 업체가 가구 공장에 미수금까지 떠넘기려고 한 사실을 알게 됐다. 내드리오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런 구제도 받을 수 없었다고. 김 씨는 “시공업체가 법적으로 처리하자는데 기가 막히다. 플랫폼도 사과만 하고 도움은 주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을 통한 계약이 늘어나고 악덕 부실 공사로 인한 분쟁도 다발하고 있으나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정보제공 강화 및 분쟁해결 자율협약'을 맺은 지 3개월이 지났으나 핵심인 자체 분쟁해결 기준 마련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은 소비자가 원하는 시공, 가격대, 날짜를 정하고 문의하면 여러 인테리어 업체가 견적서를 보내주기 때문에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이 중개하는 만큼 신뢰하나 실상 중개만 해주고 수수료만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직접 공사하는 게 아니고 거래 대금에도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렵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올 들어 1월부터 3월까지 석달간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관련 소비자 민원이 약 50여 건 제기됐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을 통해 시공업체와 계약했다가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가장 많다. 시공 품질 미흡, 부실한 AS는 가장 흔히 발생하는 문제다. 시공 중에 업체가 사라지는 황당한 일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같은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중개 플랫폼들과 ‘정보제공 강화 및 분쟁해결 자율 협약’을 체결했지만 분쟁해결기준 마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모습이다.
오늘의집, 숨고, 내드리오, 집닥 등 중개 플랫폼 업체들에게 진척 상황을 물었으나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현황 파악 등에 질의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믿고 거래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행한 자율협약이 말그대로 보여주기로만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16일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오늘의집 ▲숨고 ▲내드리오 ▲집닥 등 4개사와 '정보제공 강화 및 분쟁해결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중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으나 부실·악덕 시공업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어남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공정위에 따르면 인테리어 관련 피해구제신청 건수는 지난 2022년 482건에서 639건(2023년), 지난해 10월까지 62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협약 주요 내용은 ①전문건설업 등록여부 표시 등 정보제공 강화 ②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 사용 권장 ③시공업체-소비자 간 분쟁해결 기준 마련 및 활용 ④악성 시공업체에 대한 실효적인 제재 방안 마련·모니터링 강화다.
이중 ①, ②, ④ 항목 대부분은 자율 협약 이전에도 플랫폼에서 운영해 온 사안이다. 결국 자율협약의 핵심은 ③항목인 자체 분쟁해결기준 마련에 있는데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숨고, 내드리오, 집닥 등에 진척 상황을 물었으나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다만 자체적으로 시공업체와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하면 조율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집닥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분쟁해결 전담팀을 운영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악성 시공업체는 즉각 퇴출시키고 이후에도 모니터링을 통해 추격한다는 설명이다.
오늘의집은 "2023년 6월부터 인테리어 업체가 표준계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며 "표준계약서 전자 서명 시 자동으로 '시공책임보장' 제도에 가입시켜 관리한다"고 전했다. 시공책임보장은 시공분쟁이 발생하면 담당 매니저를 배치해 빠른 해결을 도와주고, 하자나 공사 지연 발생 시 책임보장을 하는 제도다.
숨고 측도 “악성 업체는 분기별로 1회씩 전문건설업 등록의 유효성 검사를 실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자율협약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표준계약서 안내, 전문건설업 배지 등록, 1500만원 이상 견적 시공건은 '전문건설업 등록업체인지 확인하라'는 등 경고 문구 노출 등을 하고 있다.
숨고도 견적이 1500만 원 이상 발생 시 채팅방 내에 소비자에게 ‘전문건설업 등록 업체인지 확인하라’는 내용의 경고 문구가도 노출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내드리오는 “'전문건설업' 등록이 말소된 업체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플랫폼 내에서 인테리어 문의를 남길 때부터 업체와 만나기 전까지 반복적으로 시공금액 2000만 원 이상인 경우 전문건설업 을 가진 업체와 계약하는 것이 중요함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