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 체제 지지한다더니...고려아연 인수 전면 등장한 영풍 3세 장세환

2025-03-22     유성용 기자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영풍 장형진 고문과 달리 오너 3세 장세환 부회장이 고려아연 주주총회 입장을 밝히는 공식 자리에 대표 인물로 등장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장 부회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총과 안건, 영풍의 운영 능력 등을 적극 어필하며 의결권 권고 등에 유리한 내용이 담기도록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 적대적 M&A에 나서면서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조한 입장과 반대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 고문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항상 기업은 전문 경영인이 맡아야 한다. 그게 주주에 대한 보답”이라며 “자식이 물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물려받은 기업이 잘 되는 경우보단 잘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영풍과 계열사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구조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성공시켜 차남인 장세환 부회장에게 제련업을 물려주려 한다는 의구심이 지속 제기되는 상태다.

특히 이번 공개석상에 장 부회장이 영풍의 대표선수 자격이자 영풍 측 부회장 입장으로 등장하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최근 한 의결권 자문사가 주관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연 프록시 토크에서 영풍을 대표하는 인물로 등장해 긴 시간 동안 적극적인 호소에 나섰다. 장 부회장은 ‘영풍 부회장’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장 부회장은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에는 아무런 직책이 없다. 영풍에는 부회장 직위를 가진 임원도 없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장 부회장은 영풍빌딩을 관리하는 것을 주 사업으로 영위한다. 2023년 매출은 31억 원, 영업이익 2400만 원을 기록한 영풍이앤이라는 회사의 미등기 임원으로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서 장 부회장은 고려아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영풍이 충분한 경영 역량이 있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영풍의 역량이 충분하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영풍은 지난해 1607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23년에도 169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도 적자를 낼 경우 영풍은 한계기업으로 불리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을 갚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본다. 이 기간이 3년 연속 이어지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존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좀비기업으로 간주된다.

한편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 중 하나인 글래스루이스는 20일 보고서를 통해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을 장악할 경우 장기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일부 자산 매각, 현금 배당 확대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런 배당 확대가 MBK의 단기 부채 상환을 지원하고 영풍의 운영 손실을 보전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이유가 영풍 석포제련소의 손실과 환경오염 등 여러 문제를 고려아연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