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해도 미래 먹거리 투자는 통크게...LG전자·화학·엔솔·유플러스 등 R&D 확대

2025-03-28     선다혜 기자
LG그룹이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연구개발 비용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선 것이다. 

28일 LG그룹 상장 계열사 11곳의 R&D(연구개발) 비용을 조사한 결과 LG디스플레이와 LG생활건강을 제외한 5곳의 연구개발 비용이 증가했다. LG, LG헬로비전, 로보스타, HS애드 등 4곳은 연구개발 항목이 없어 제외됐다. 

계열사 중 연구개발 비용을 가장 많은 곳은 LG전자(대표 조주완)로 지난해 11.3% 증가한 4조7531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영업이익은 6.4% 감소한 3조4197억 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업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AI홈을 비롯해 전장부문, 냉난방공조(HVAC) 등 미래 먹거리 사업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만큼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측은 “올해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부분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계획된 게 없다”면서 “사업보고서 등에도 기재가 돼 있지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대표 신학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50% 감소한 9167억 원을 기록한 가운데 연구개발 비용을 늘렸다. 지난해 쓴 비용은 1조9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LG화학이 생명과학 부문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 비용을 보면 △생명과학 4330억 원 △석유화학 2390억 원 △첨단소재 2370억 원 등이다. 

근간인 석유화학보다 생명과학 부문에 투자비용이 더 많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생명과학 부문에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인해 실적 부진에 빠진 LG에너지솔루션(대표 김동명)도 연구개발 비용을 전년 대비 4.8% 늘렸다. 총 비용만 1조880억 원에 달한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한창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래 항공기술인 UAM과 고고도 플랫폼 등 용도로 개발 중이며 오는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메라 모듈 등 광학 솔루션 업체인 LG이노텍(대표 문혁수)은 최근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부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연구개발 비용을 늘렸다.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이 3.8% 증가한 7446억 원이었다. 

LG유플러스(대표 홍범식)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연구개발 비용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은 14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늘렸다. 그룹 내 계열사 중 연구개발 비용 증가폭이 가장 크다. 

이를 바탕으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개발해 출시했다. 익시오는 LG유플러스 AI 서비스로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와 전화 대신 받기, 통화녹음 요약 등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밖에도 U+안내로봇과 U+실내배송로봇도 출시했다. 

다만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대표 정철동)와 LG생활건강(대표 이정애) 두 곳은 전년 대비 연구개발 비용이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생활건강은 각각 4.3%, 3.2% 줄어든 2조2374억 원 1604억 원을 기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