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영풍·MBK 법적분쟁 불씨 남아

2025-03-28     유성용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운명을 가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막아냈다.

최 회장 측은 이사회 과반을 지켜내면서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했다.

고려아연은 주총 직전 25% 지분을 가진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를 위해 양측은 가처분, 기습 배당, 장외 매수 등 치열한 수 싸움을 벌였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 등 7개 안건이 처리됐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다. 하지만 이날 25.42%의 영풍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됐다.

최 회장 측이 제안한 주총 핵심 안건인 ‘이사 수 상한 19명 설정안’은 출석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됐다.

집중투표제로 표결이 진행된 이사 선임 표 대결에서는 최 회장 측 추천 후보 5명과 MBK·영풍 측 추천 후보 3명 등 총 8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최 회장 측 후보 중에서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교수 등 3명이 재선임됐다. 제임스 앤드루 머피 올리버 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2명은 신규 선임됐다.

MBK·영풍 측 이사 후보로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등 3명이 신규 선임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서대원 BnH세무법인 회장이 ‘3% 룰’로 진행된 분리 투표에서 선임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번 주총으로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는 최 회장 측 5명, MBK·영풍 측 1명 ‘5대 1’에서 ‘11대 4’로 재편됐다.

MBK·영풍 입장에서는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그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는 마련됐다.

최 회장 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며 경영권은 지켜냈지만,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영풍·MBK 측이 상호주 제한과 관련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이사회 진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법적 분쟁을 통해 효력정지 가처분 상태의 기존 4인 이사의 효력도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순환출자 고리가 계속 존재하는 상황에서 향후 MBK·영풍 측의 요구로 임시 주총이 열리게 된다면 MBK·영풍 측 와이피씨가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도 법적 해석이 분분하다.

홈플러스 사태로 MBK에 대한 경영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다 먹튀 논란 등은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지난 27일 법원은 고려아연이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영풍 지분 10%를 확보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영풍은 27일 열린 주총에서 주식 배당으로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아래로 떨어뜨려 상호주 관계를 끊었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오전 장외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을 통해 보유한 영풍 주식을 사들여 SMH의 영풍 지분율을 다시 10.03%로 높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