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승계기상도 2025③] 농심, 유산 분배로 신동원 일가 자산 감소...삼양식품, 승계자산 3.5조 상속세 고민

2025-04-09     송민규 기자
보수적인 경영문화를 지닌 국내 식품업계는 경영권 승계도 오너 일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를 이끄는 10대 식품사 오너의 평균 연령이 70세에 이르면서 자녀 세대에 대한 지분 승계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2020년초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 사이에 오너일가 보유지분에 대한 승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분석하고, 각사별로 어떤 승계이슈가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농심과 삼양식품은 후계자로 낙점된 창업 3세가 이제 30대 초반임에도 오너 일가 보유 지분을 30% 이상 승계 받을 정도로 비교적 빠르게 승계작업이 진행 중이다.

창업 3세인 신상열 농심 전무와 전병우 삼양식품 상무는 지난 5년 사이 나란히 임원으로 승진하며 자산승계와 함께 경영수업도 착실하게 받고 있다. 

다만 보유한 지분 자산의 가치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은 직계 일가 주식가치가 2572억 원에서 5조994억 원으로 1800% 이상 증가했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화를 쓴 불닭볶음면 덕에 지난해 주가가 고공행진했기 때문이다.

반면, 농심은 3202억 원에서 2211억 원으로 31% 감소했다. 고 신춘호 회장이 별세한 뒤 신동원 회장과 형제들이 자산을 나눠 받으면서 신 회장 직계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줄었다.

◆농심, 신동원 회장 일가 보유 자산 감소...신동익·신현주 부회장 퇴진하며 신상열 중심 승계작업 박차

농심은 2021년 신춘호 회장이 별세한 뒤 승계율에 큰 변화가 있었다. 신동원 회장 장남인 신상열 전무의 지배지분에 대한 승계율이 39.2%로 5년 전보다 37.6%포인트나 상승했다.
 
2021년 5월 상속이 마무리됐는데 신 전무가 3.29%(20만 주)로 가장 많은 지분을 상속 받았다. 이어 신동익 메가마트 회장, 그의 장남인 신승열 씨, 신춘호 회장 장녀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이 각각 5만 주씩을 나눠 받았다.

신 전무는 상속으로 단숨에 농심의 3대주주가 됐다. 농심홀딩스 지분도 1.41%로 3대주주다.
 

지분 상속과 함께 지난 5년간 농심은 신 전무 체제 구축을 위한 변화도 이뤄졌다. 신춘호 회장 생전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등기임원을 맡았으나 2020년에 물러났다. 신 부회장은 2023년에는 메가마트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2022년 부터는 농심 지분도 팔기 시작해 지분율이 2.47%에서 1.94%로 낮아졌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신 부회장이 전면에서 오너 경영을 하기보다는 대주주로서 계열분리 등 향후 그룹 재편에 주력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신 전무 체제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신춘호 회장 장녀 신현주 부회장도 농심기획과 평창고랭지 등기임원을 맡고 있었으나 지금은 명단에서 사라진 상태다. 농심기획은 2023년 말 해산했다. 또 신 부회장은 중국 법인(연변농심광천음료유한공사) 지분 4.2%도 지난해 말 농심에 매각(100억5500만 원)했다.

신동원 회장 형제들 중 농심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인물은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 뿐이다. 신동윤 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도 13.18% 보유했다. 신동원 회장(42.92%)에 이은 2대주주다.
지난 5년간 상속으로 승계율이 크게 높아진 신 전무는 회사에서 후계수업도 착실히 밟아가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신 전무는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지난 2019년 3월 경영기획실 사원으로 농심에 입사했다. 2020년 대리로 진급했고, 이듬해인 2021년 경영기획팀 부장이 됐다. 같은해 11월 상무로 승진하면서 구매실장을 맡았다. 2024년 1월에는 신설된 미래사업실의 실장도 겸임했다.

지난해 6월에는 구매실장을 내려놓고 미래사업실장만 전담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전무로 승진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상열 전무가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회사의 중전기 비전 수립, 신사업 및 M&A 검토 등 신성장 동력 개발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전무는 후계자로서의 경영 능력 입증이 과제다. 지난해 K-푸드 열풍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0.8%밖에 증가하지 못한 상황이라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미래사업실 책임자로서 성과가 절실하다. 매출의 80%가 라면에 쏠려 있는 사업포트폴리오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신 전무가 추진하고 있는 농심의 대표적인 신사업은 스마트팜 사업이다. 올해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스마트팜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현재 28%인 해외매출 비중을 2030년 58%까지 끌어올리는 '비전2030'의 핵심 사업이라 후계자로서 신 전무의 경영능력 평가는 조만간 나오게 될 전망이다.

◆삼양식품 전병우 상무, 승계율 30% 넘겼지만 갈길 멀어...부모 지분 3.5조 상속세 조달 난관  

삼양식품은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상무) 승계율이 25%에서 30.9%로 한 걸음 나아갔다. 동생인 전하영 씨가 지분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아 후계구도는 전 상무로 무게 추가 기운 상황이다.

전 상무는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 24.2%를 보유한 2대주주다. 모친인 김정수 부회장과 부친인 전인장 전 회장이 각각 32%, 15.9% 지분을 지녔다.

삼양식품이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2대주주가 됐다. 이전에는 전 상무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아이스엑스(구 에스와이캠퍼스)를 통해 삼양내츄럴스(현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을 26.9% 보유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아이스엑스를 흡수합병 하면서 전 상무가 주주명부에 이름을 직접 올렸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이 신화를 쓰면서 주가가 5년 새 8만9900원에서 84만4000원(3월 28일 종가)으로 10배 이상 올랐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보유한 삼양식품 지분 34.92%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 평가액에 삼양식품 보유 지분 8.37%이 더해지면서 오너 일가의 주식가치 증가폭은 주가 상승분을 크게 뛰어넘는다.
전 상무 입장에서는 승계율이 31%에 그치는 상황에서 부모세대 지분을 받는데 따른 막대한 상속세는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 부회장과 전 전 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3조5000억 원에 달한다.

전 상무 역시 지난 5년 사이 후계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전 상무는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뒤 지난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부 부장으로 입사했다. 2020년에는 경영관리부문 이사, 2021년에는 삼양식품 전략기획부문장을 맡았다.

2023년에는 상무로 승진하면서 전략기획본부장과 신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전 상무는 신사업본부장으로서 지난해 잭앤펄스를 리뉴얼하면서 식물성 단백질 사업에 진출했고, 헬스케어의 경쟁력 강화를 중점과제로 삼고 추진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의 CI 리뉴얼 전과정에 참여해 새로운 CI와 비전, 슬로건 등의 철학이 된 기업철학과 비전 구축에도 힘을 보탰다. 2023년에는 라면FTF를 직속 조식으로 두고 '맵탱' 신규 브랜드 기획 전반에 참여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콘텐츠와 캐릭터 등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2022년 세워진 삼양애니 대표직도 내려놨다. 삼양식품에서 역할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김정수 부회장이 활발히 대외 활동을 하고 있어 완전한 경영 승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김 상무는 향후 포스트 불닭볶음면을 선보이며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게 과제로 지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