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승계기상도 2025④] 오리온 3세 담서원 지주사 지분 1.2% 요지부동...오뚜기도 승계 답보상태

2025-04-10     송민규 기자
보수적인 경영문화를 지닌 국내 식품업계는 경영권 승계도 오너 일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를 이끄는 10대 식품사 오너의 평균 연령이 70세에 이르면서 자녀 세대에 대한 지분 승계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2020년초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 사이에 오너일가 보유지분에 대한 승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분석하고, 각사별로 어떤 승계이슈가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시리즈 끝. -편집자 주-

10대 식품사 가운데 오리온과 오뚜기는 창업 3세 승계작업이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편이다. 오너 일가의 보유지분 가운데 3세에게 승계된 자산의 비율이 10% 초반에 불과한데다 최근 5년새 큰 변화도 없다. 

김남정 회장으로 승계가 완료된 동원과 남승우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풀무원은 5년간 지분 변화가 없다.

직계 일가의 지배지분 가치는 동원그룹이 1조508억 원으로 132.9% 증가했다. 오리온은 3.8% 감소한 9416억 원, 오뚜기는 20.9% 감소한 4934억 원이다. 풀무원은 3457억 원으로 38.7% 증가했다. 
오리온그룹의 3세의 승계율은 13.1%다. 담철곤 회장과 이 부회장이 70세를 넘보며 고령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승계율은 낮은 셈이다. 10대 식품사의 3세 평균 승계율은 33.4%다.

담서원 전무 등 3세의 승계율 변화도 5년 간 1.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담 전무와 담경선 이사장은 그룹 지주사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이 각각 1.2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5년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없다.
현재 3세 승계율은 낮지만 후계 구도는 담 전무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담경선 이사장은 일찌감치 오리온재단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5년 전 담 이사장은 과장으로 재단에서 재직 중이었는데 2021년 등기이사가 됐다.

담 전무는 5년 사이 그룹에서 본격적인 후계 수업에 나섰다.

미국 뉴욕대학교를 졸업한 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담 전무는 이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오리온그룹에 입사한 것은 2021년.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2022년 12월 상무, 지난해 말에는 전무로 승진했다.
담 전무는 오리온그룹의 사업전략 수립과 관리, 글로벌 사업 지원, 신수종 사업 등 경영전반에 걸친 실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턴 계열사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로서 매주 대전을 오가며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오리온의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입지는 빠르게 키워가고 있지만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은 담 전무 입장에서 입증해야 할 과제다.
 

오뚜기 역시 3세 승계율이 10% 초반대로 낮다. 5년 전에 비해 상승폭이 2.4%포인트에 그친다.

다만 오리온과 달리 함영준 회장이 66세로 젊은 편이고, 함 씨 일가의 문화를 봐서도 승계가 당장 급하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 3세들은 이제 갓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장남 함윤식 차장과 장녀 함연지 매니저, 사위 김재우 매니저 모두 평사원으로서 오뚜기에서 일하고 있다. 

함윤식 차장은 지난 2021년 오뚜기에 사원으로 입사해 현재는 경영관리부문에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학력과 커리어 등이 알려진 게 없다.
배우로서 활동하던 함연지 매니저는 2024년부터 오뚜기 미국법인에 인턴으로 일하다가 그해 5월 정식 입사했다. 현재는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함연지 매니저의 남편인 김재우 매니저도 미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앞서 김 매니저는 지난 2018년 오뚜기에 입사했다가 유학을 이유로 휴직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함연지 매니저는 오뚜기에 입사하기 전 배우 생활과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다. 당시 함 회장이 유튜브에 자주 얼굴을 비추며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함 매니저는 2023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식을 해외에 알리는 것에 큰 소명의식이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오뚜기의 경우 3세들이 초고속 승진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실제 함 회장 역시 입사 후 22년이 지나서야 임원이 됐다. 함 회장은 지난 1977년 오뚜기에 입사한 뒤 1999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했고, 또다시 10년이 지난 2010년 3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오뚜기 최대 주주가 된 것은 다시 6년이 지난 2016년의 일이다.
동원그룹은 3세 승계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김남정 회장 자녀들이 어린데다 김 회장 본인도 아직까지 모든 지배지분을 물려받지 않은 상태다. 회장 직함을 받은 것도 이제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은 아직 그룹 지배회사인 동원산업 지분 21.49%를 보유한 2대주주다. 김 명예회장을 '본인'으로 삼을 경우 김 회장의 승계율은 73.6%가 된다.

김 회장은 지난 2022년 11월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동원산업의 최대주주가 됐다. 김 회장은 당시 동원엔터프라이즈에만 지분 68.27%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3월 10년 만에 부회장 딱지를 뗀 김 회장은 “김재철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동원은 이제 기존 시장의 룰을 새로 쓰는 게임체인저가 돼야 한다”며 “인재의 기준도 변화해야 한다. 어제 하던 일을 반복하는 사람은 더 이상 우리의 인재가 아니다”라며 자신 만의 경영철학을 선보였다.

실제 김 회장은 지난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인 엠케이씨(MKC)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첨단소재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부터 그가 주도한 인수합병(M&A)과 기술 투자만 10건에 이른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찬 씨는 25세에 불과하고 또 다른 자녀들인 김나연 씨, 김동연 씨 등은 모두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김 회장이 동원그룹에 입사한 1998년 당시 나이가 25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남 김동찬 씨는 조만간 동원그룹에 입사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나온다. 
풀무원은 남승우 의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2018년 이후 풀무원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분 승계까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남 의장은 만 65세를 맞은 지난 2017년까지만 근무한 뒤 전문경영인인 이효율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풀무원재단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장남 남성윤 씨와 장녀 남밤비 씨는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차녀인 남미리내 씨만 풀무원 지분 0.6%(37억 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남 의장이 5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장남 남성윤 씨는 미국법인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 풀무원의 설명이다. 남 본부장은 5년 사이 마케팅팀장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승진했지만 아직까지 임원은 아니다.

풀무원 관계자는 “2세의 경영권 승계는 해당사항이 없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