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처리기, AS로도 해결 안 되는 역류·악취 민원 다발
군소업체 난립해 대응력 한계
2025-04-21 정은영 기자
#사례2 경북 구미에 사는 조 모(여)씨는 휴렉 음식물처리기 설치 후 배수구가 자주 막히고 역한 냄새로 여러 차례 AS를 받았다. 이후 업체에서 새 제품으로 교환 받았으나 배수구가 또 두 차례나 막히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조 씨는 “처리기 내에 구더기와 날파리도 보이는데 주말에는 AS를 운영하지 않으니 참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례3 경남에 사는 정 모(여)씨는 에코체 음식물처리기를 작동하면 온 집안에 음식물 냄새가 나 필터를 교체해 봤으나 소용없었다. 브랜드 고객센터에 연락해봤으나 받지 않았고, 상담예약을 남겨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씨는 "환기를 해도 냄새가 빠지지 않아,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사례4 광주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웰릭스 음식물 처리기를 사용하는 내내 심각한 악취로 AS를 받았으나 이후 음식물이 역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부장을 분리해 보니 음식물로 가득 차 있었다고. 김 씨는 "해지하려니 고객 과실이라며 위약금을 내던지, 렌탈료를 납부하라고 하더라. 심각한 악취 탓에 싱크대 근처도 못 갈 지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례5 경기 안양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싱크리더 음식물 처리기를 설치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한 달 동안 같은 문제로 세 번이나 고장났다고 주장했다. 고객센터에 환불 또는 기기교체를 요청했으나 "안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필수 생활가전으로 자리잡은 음식물 처리기가 소음, 누수, 악취 등 문제가 다발하는 가운데 수리 반복, 지연 등 AS 품질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소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17일까지 음식물처리기 관련 소비자 민원은 100여 건에 달한다. 하루에 한 건 꼴로 음식물처리기를 이용하며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셈이다.
중소업체가 난립한 시장이다 보니 100여 건에 달하는 음식물처리기 민원에 대해 약 30여 업체가 거론됐다. 시장 대표주자로는 쿠쿠, SK매직, 휴렉, 에코체, 웰릭스, 싱크리더 등이 있다.
주요 불만은 ▶악취·누수·역류·막힘(23.9%) ▶AS 품질 미흡·지연(19.3%) ▶성능 불량(14.8%) ▶교환·반품(11.4%) ▶고객센터 연락두절(11.4%)▶설치 문제(7.9%) ▶수리비·부품 미보유(7.9%) ▶기타(3.4%) 순이다.
특히 악취, 누수, 역류, 소음 등이 발생한다는 지적부터 AS를 받아도 재차 고장이 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음식물 악취가 나는데 양념이 강한 음식물을 넣었다며 이용자의 사용방식을 탓하기도 했다. 싱크대에 설치해 사용하는 음식물처리기의 경우 누수되거나 배관이 막히면서 아예 주방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AS를 신청하기 위해 고객센터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고, 담당 수리 기사가 배정됐음에도 AS가 미뤄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겨우 AS를 받아도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고장 및 AS 관련 민원도 함게 늘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일축했다. 업체들은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품질 개발, AS 개선 등 노력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음식물 처리기의 역류와 배수구 막힘 증상이 지속된다는 소비자 지적에 대해서는 기기나 설치 과실만이 아닌 가정 내 배관 시스템 이상, 넣지 말아야 할 것을 투입하는 등 이용시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경우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고 봤다.
휴렉 관계자는 "제품의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선 계속 보완 중이고, 문제 발생 시 최대한 빨리 조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싱크리더는 "음식물 처리기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장나는 것"이라며 "제품 불량일 경우에는 무상 수리가 가능하나 고객 과실일 경우에는 출장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체 측은 "누수나 역류는 매우 드문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용자가 건조통을 오래 사용하면 누수가 발생할 수 있고, 역류 역시 과도하게 음식물을 투입했을 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제품 자체에서 누수가 발생되는 경우는 없으며 만약 오염으로 누수된 경우 제품을 다 뜯어서 세척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덧붙였다.
쿠쿠 측은 "자사 렌탈 모델은 미생물형으로 누수나 역류 등 문제와 관련이 없다. 배수구 등에 설치하는 디스포저형에서 주로 발생하는 문제로, 구조적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울러 "쿠쿠 제품은 4단계 탈취 시스템을 적용했다. 음식물 처리 시 발생하는 냄새 주요 원인인 유해가스 5종을 99% 이상 제거하고, 밀폐형 패킹으로 악취를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