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X파일] 허리 신경성형술 받고 입원했는데 보험금 안 나와...'과잉진료'로 부지급 속출

병원에서는 치료 권유, 보험사는 과잉진료로 보험금 부지급

2025-04-24     서현진 기자
보험이 진화하면서 보험금 지급 기준도 세태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보 부족과 불명확한 기준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복잡한 약관, 강화된 심사 기준 속에 보험사와 가입자 간 법정 다툼도 잇따르고 있다. 최신 법원 판례와 금융당국 규정을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의 경계선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부산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월 침대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힌 후 통증으로 인해 거동이 어려워 병원을 방문했다가 '추간판장애'를 진단받았다. 의사는 김 씨에게 도수치료를 권했으나 김 씨는 오래전부터 경미한 허리 통증을 가지고 있었던 점 때문에 더 확실한 치료를 위해 '경막외 신경성형술' 시술을 선택했다. 시술 후 11일 정도 입원하며 세 번의 도수치료를 받았음에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아 결국 김 씨는 퇴원 수속을 밟았다. 병원비가 250만 원 가량 청구돼 가입돼 있던 A사에 보험금을 신청하자 현장 실사가 나왔다. 실사 후 A사는 김 씨가 입원이 필요없는 상황에 입원을 했기에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사는 김 씨에게 의료자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김 씨가 거절해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 서울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2월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불편함을 느껴 병원에 방문해 '요추골 추가판전위'를 진단받았다. 이 씨는 오래전부터 허리 통증으로 인해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을 받아 왔으나 의사의 권유로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시술을 받았다. 간단한 시술이기에 하루만 입원해 경과를 지켜봐도 된다는 의사의 말을 따랐다. 이 씨는 퇴원 후 병원비 320만 원에 대해 B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합당한 청구로 인정되지 않아 30만 원밖에 지급되지 않았다. 이 씨는 "주사치료나 물리치료를 다 받아 봤는데도 낫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의사가 신경성형술을 권유해 받았을 뿐이다"라며 "MRI 비용만 60만 원인데 보험금이 30만 원 지급됐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황 모(남)씨는 지난 3월 허리디스크로 거동이 불가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수술보단 신경성형술이 나을 거란 의사의 제안에 시술을 받았다. 시술 전에 의사와 상담사에게 문의해 해당 시술이 실비가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아 안심했다는 것이 황 씨의 설명이다. 3일 동안 입원해 병원비는 총 360만 원이 청구됐으나 C사에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C사는 현장실사를 통해 황 씨의 상태를 확인 후 입원이 필요없는 시술인데 왜 입원을 했냐며 객관적이 근거가 부족하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C사는 "주치의 소견상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통증을 호소해 입원했다고 하나 진료기록부상 확인되지 않았고 통증 조절을 위한 조치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병원에서 신경성형술을 권유받아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신경성형술은 비급여 항목으로 병원마다 가격차가 심해 최대 380만 원까지 책정되며 시술 후 경과를 위한 입원치료는 치료의 직접 목적에 해당되지 않아 보험금 부지급 사례에 해당된다.

24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병원에서 비급여 항목인 '경막외 신경성형술'을 받고 입원치료한 뒤 퇴원했다가 보험금 지급이 거부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환자의 거동이 불가해 입원을 권유했다는 의사소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보험사는 의료자문을 받으라는 답뿐이었다.

이같은 문제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부분의 손해보험사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와의 분쟁도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허리 통증으로 병원 방문 시 도수치료, 물리치료 등의 간단한 치료를 받는다. 다만 이러한 치료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증상이 극적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드물다.

현재 허리 통증 치료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건 신경성형술이다. 신경성형술이란 손상 부위에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비급여 항목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특징이 있고 디스크 증상이 있는 고령자 환자들이나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부담이 없어 병원에서도 많이 권유하고 있다.

다만 신경성형술은 비급여 항목인 만큼 정해진 가격이 없어 병원 간 가격차가 심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비급여 진료 항목의 의료기관 유형별(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신경성형술은 20만 원~380만 원까지 책정된다고 밝혔다. 무려 19배가 넘는 차이다.

또한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은 비중증 비급여 가운데 진료비 상위 3개 항목에 포함된다. 다른 비급여 항목들과 비교해도 가격대가 높은 치료에 속한다. 이처럼 값비싼 비급여 항목의 시술을 권유하는 병원이 증가하면서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분쟁도 나날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과잉진료로 판단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의사의 진단을 통해 시술 후 입원을 권유받았을 뿐인데 보험사로부터 과잉진료로 분류돼 보험금을 받지 못하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보험사들은 입원 필요성이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만 보험료를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입원 필요성이 인정될 만큼 환자가 연로했거나 통증이 심각하다는 것이 관찰되면 입원으로 인정하며 심평원에 공개된 심의 자료도 있다"며 "독일처럼 병원과 보험사가 시술 후 입원여부 등에 대해 합의가 돼야 하는데 국내는 그러지 못해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입원은 질환의 특성 및 환자상태 등을 고려해 임상적·의학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실시해야 하며 단순한 피로회복, 통원불편 등을 이유로 입원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도 이러한 실손보험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장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선별적으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보장 항목을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해당 시술이 의료계에서 수술을 대신할 만한 치료에 해당된다면 수술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있긴 하다"며 "다만 이 경우엔 수술이 불가해서 시술로만 치료가 가능할 때의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어 "수술과 시술의 차이에 대한 분쟁은 꾸준히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며 "시술 후 입원 또한 치료의 직접 목적이 아닌 경우 단순 경과 관찰에 의한 사유는 약관상 부지급의 사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