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거대한 몸집에도 경쾌한 주행능력...편의성은 ‘옥에 티’
2025-04-29 신성호 기자
캐딜락의 플래그십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가 2021년 5세대 출시 이후 4년 만에 부분 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디자인과 편의성, 주행 성능 전반에 걸쳐 풀체인지 버금가는 변화를 이뤘다. 거대한 차체를 힘 있게 이끄는 주행 능력이 인상적이다.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더 뉴 에스컬레이드 시승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서 강원 춘천시까지 왕복 약 120km 코스를 시승했다.
▲캐딜락 더 뉴 에스컬레이드 ESV
시승 차량은 에스컬레이드 ESV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트림이었다. 롱 휠베이스 버전인 ESV는 전장 5790mm, 전폭 2060mm, 전고 1930mm다. 일반형과 전폭은 같고 전장이 380mm, 전고가 5mm 더 크다. 트림은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스포츠 플래티넘 두 가지인데 가격과 성능은 동일하고 그릴 디자인만 다르다. 가격은 일반형 1억6607만 원, ESV 1억8807만 원이다.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부분 변경 모델이지만 디자인 변화가 꽤 크다. 기존 가로세로형 LED 헤드램프가 날렵한 수직형으로 세련되게 변했다. 엠블럼 주위로 조명이 들어오는 일루미네이티드 프론트 크레스트는 전 모델 장착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트림엔 서라운드 그릴 라이팅이 추가된다. 휠은 역대 에스컬레이드 중 가장 큰 24인치 휠을 장착해 대형 SUV의 존재감을 더했다.
실내도 대폭 달라졌다. 운전석 문을 열면 양쪽 A필라를 잇는 55인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가 먼저 눈에 띈다. 동승석에도 스크린이 있어 차량 운행 정보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볼 수 있다. 2열 시트의 변경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14방향 파워시트가 적용됐고 두 좌석 사이엔 2열 전용 커맨드 센터와 트레이 테이블 보관함, 듀얼 무선 충전 거치대가 추가됐다. 커맨드 센터에선 2, 3열 독립 에어컨 조절, 시트 조절, 열선 및 통풍, 마사지 기능, 문 여닫기 등 대부분의 공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문이 열리면 조명 내장 사이드스텝이 자동으로 펼쳐진다
디자인을 충분히 살핀 후 시승을 시작했다. 기착지에 갈 땐 2열에 앉아 2열 거주성과 승차감을 체험했다. 차체가 워낙 커서 문 여는 것이 버거울 수 있는데 손잡이 안쪽 버튼을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려 편리했다. 문을 닫는 방법도 브레이크 페달 밟기, 커맨드 센터 조작, 손잡이 밀기 등 다양했다.
▲다리를 전부 뻗어도 레그룸이 여유 있다
대표적인 ‘쇼퍼드리븐 차량’(자가 운전보다 의전 목적으로 승객의 편의 및 안전을 최우선으로 제작한 자동차)답게 2열 거주성은 훌륭했다. 커맨드 센터에서 1열 동승석 시트와 2열 시트를 앞뒤로 최대한 밀었더니 다리를 쭉 펴도 남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확보됐다. 1열 헤드레스트 뒷면엔 12.6인치 모니터가 부착돼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음향도 훌륭했다. AKG 스튜디오의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2열 헤드레스트에도 스피커가 내장돼 입체적인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1열 헤드레스트 뒷면에 부착된 모니터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접이식 트레이 테이블은 간식이나 간단한 서류 정도는 올릴 수 있지만 노트북 작업을 할 정도로 크진 않았다. 트레이 덮개 앞쪽엔 듀얼 무선 충전 패드가 있는데 핸드폰을 올리니 충전 표시는 뜨나 배터리 잔량이 거의 늘지 않았고 발열이 심했다. 1열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콘솔에 있는 쿨러는 덮개가 1열 쪽으로 열려서 2열에선 내용물을 꺼내기 어려웠다.
출발지로 복귀할 때는 기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내장 내비게이션이 없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했는데 요즘은 많은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연결해 내비게이션과 음악을 틀기 때문에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스티어링 컬럼에 부착된 컬럼형 기어 변속기는 처음엔 조작이 익숙지 않았으나 적응하고 나니 손을 멀리 뻗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다소 아쉬웠다. 내비게이션이 나타나는 화면의 방향이 운전석이 아닌 2열을 향해 있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운전석과의 거리도 멀게 느껴졌다.
▲기착지에 도착한 더 뉴 에스컬레이드 시승 차량들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주행 성능을 확인해 봤다. 더 뉴 에스컬레이드에는 6.2ℓ 8기통(V8)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탑재됐다. 최대 출력은 426마력, 최대 토크는 63.6kg·m다. 차체가 크고 무거워서 보이는 수치만큼의 주행 능력은 나타나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기우였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시원하게 치고 나가 중형 SUV와 체감 주행 성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속 60km 구간부터는 배기음이 한층 강해지며 가속도가 탄력을 받는 느낌이었다. 고속으로 달리자 에어라이드 서스펜션이 작동해 차고가 자동으로 하강해서 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다양한 주행 보조 기술 덕분에 풀사이즈 SUV임에도 운전이 수월했다. 차체가 큰 만큼 사이드미러로는 확인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었으나 경고 표시 덕분에 차선을 수월하게 바꿀 수 있었다.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거나 근처 차량이 과도하게 접근하면 해당 방향의 등받이가 진동해 주의를 줬다. 제동 성능은 조금 아쉬웠다. 브레이크 페달을 생각보다 더 힘주어 밟아야 의도한 만큼의 제동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