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내고 수리했는데 고장, 고장 또 고장…불량 가전제품 무한 AS에 소비자들 분통

TV·에어컨·제습기까지…반복 고장에 수리비·시간만 줄줄 새

2025-05-08     선다혜 기자

#사례1=서울에 사는 최 모씨(여)는 지난 2021년 삼성전자 TV를 구매했다. 구매 이후 세 차례나 TV화면이 갑작스럽게 점멸되는 현상이 발생해 무상수리를 받아왔다. 올해도 같은 문제가 발생해 삼성전자에 AS를 문의했으나 보장기간이 끝나 수리비가 발생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 씨는 "수리비가 30만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매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TV 자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례2=인천에 사는 이 모씨(남)는 지난 2021년 3월 LG전자의 전기오븐을 구매했다. 구입한 지 2년 만인 2023년 10월 전면 표시부분 고장으로 AS를 받았고 당시 수리비로 12만6000원을 지불했다.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해 9월 동일한 고장이 발생해 무상으로 수리를 받았다. 그러나 7개월 만인 올해 4월 다시 같은 고장이 반복됐다. LG전자 측은 무상수리 기간이 지나 요금이 발생한다고 안내했다. 이씨는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수리비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례3=서울에 사는 박 모씨(남)는 지난해 6월 쿠쿠전자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구입했다. 사용한 지 2주 만에 음식물처리기 내부 팬모터 이상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져 AS를 요청했다. 수리기사는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수거해 갔다. 수리 후 제품을 다시 받았지만 6개월 만에 동일한 고장이 재발했다. 박씨는 "제품 교환을 요청했으나 쿠쿠전자 측은 교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4=거제시에 사는 박 모씨(여)는 1년 전 캐리어에어컨에서 제습기를 구매했다. 구매 직후부터 제습기 액정 숫자가 흐려지는 현상이 발생해 두 차례나 무상교체를 받았다. 그럼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박 씨는 "AS를 문의하자 캐리어에어컨 측은 1년 무상 기간이 지나 유상으로만 수리할 수 있다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가전제품이 동일한 고장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들은 품질보증기간 내에 같은 고장에 대해서는 무상 수리나 교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보증기간이 지나면 고장 원인과 무관하게 수리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더욱이 동일한 고장이 반복되는 가전은 자체 결함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수리를 받고 나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 생활 필수품인 가전에서 고장이 반복되는 동안 발생하는 모든 불편도 소비자 몫이다.

8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가전제품 구입 후 반복되는 고장 문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쿠쿠전자 ▲캐리어에어컨 ▲SK매직 등 주요 가전업체 전반에서 TV, 에어컨, 밥솥, 공기청정기, 정수기, 제습기 등 다양한 품목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품질보증기간 이내라도 동일한 하자가 발생하는데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며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지만 업체들은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 따른 기계적인 AS만 안내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무상수리 기간 중 동일한 하자가 2회 발생한 경우 제품 교환이 가능하다. 동일한 하자가 3회 반복되거나 다양한 하자가 합쳐져 4회 이상 수리받은 경우에도 제품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고장이라도 무상 보증기간을 넘기면 유상으로 전환되고 교환. 환불도 불가능해진다. 동일한 고장이 반복될 경우 금전적 손해는 물론 시간적 소모와 불편도 이만저만 아니다. 

삼성전자 측은 "같은 고장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안되겠지만 만약에 고장이 날 경우를 대비해 1년 간의 품질보증기간을 둔다. 수리한 시점부터 1년을 주기 때문에 그 기간 안에 고장이 나면 회사가 책임하고 무상보증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일한 고장이 반복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가 당연히 책임지고 있다. 예컨대 같은 고장이 1년에 3번 이상 반복되면 무상교체도 진행한다.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을 바탕으로 이런 문제들은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측은 "보증기간 이내에 정상적으로 사용한 상태에서 발생된 고장 또는 결함 아래에 해당되는 재고장 발생시 1년 동안 무상수리를 진행한다"면서 "무상보증 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유상수리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쿠쿠전자 측은 "쿠쿠는 수리 후 3개월 내 재고장 발생 시 무상 처리 가능하다"면서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2개월 이내를 권고하고 있으나, 회사마다 다르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리어에어컨 측도 소비자분쟁기준에 따른 보상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동일하자가 반복되는 경우 유상수리에 대한 부분이 바뀔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일하자가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은 품질불량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예외적인 규정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