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태원 SK 회장 대국민 사과…"그룹 보안 체계 전면 재검토하고 투자 확대"
2025-05-07 이범희 기자
최 회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SK그룹의 존재 이유는 고객의 신뢰”라며 신뢰 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약속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 매장을 찾아 오래 기다리셨거나 해외 출국을 앞두고 불편을 겪으신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금도 많은 분들이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를 갖고 계시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 이후 대응 과정에서 소통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고객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이는 저를 포함한 경영진 모두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고객뿐 아니라 국회, 정부 기관 등에서의 질책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해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동일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며 “유심 보호 서비스를 이용해주신 2400만 고객께 감사드리며, 유심 교체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더욱 신속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SK그룹 전 계열사의 보안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 혁신위원회’를 발족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보안 문제는 단순한 IT 문제가 아닌,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본질적 사안”이라며 “보안 인식을 전사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심경에 대해 최 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이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절감했다”며 “해외 출장 중에도 로밍 등 소프트웨어적 대응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5일까지는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에는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에서는 쟁점이 되고 있는 약정 고객의 통신사 이동 시 위약금 면제와 관련된 언급도 있었다. 최 회장은 “이사회에서 검토 중인 사안으로, 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용자 형평성과 법적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좋은 해결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심 교체 여부에 대해서는 “저도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했으며, 유심 교체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최 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SK그룹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기업이며, 이를 되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일선에서 대응에 힘쓰고 있는 T월드 매장 직원들과 고객센터, 정부 및 공항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진 일일 브리핑에서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신규 영업 중지의 취지는 유심이 부족한 시기에 이를 신규 영업보다 유심 교체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며 “유심 보호 서비스의 전체 가입, eSIM 셀프 개통 개선, 유심 재고 확보 등이 이뤄지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규 영업 중지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리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중지 기간을 단축할 것이며, 대리점 케어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부터 전국 2600여 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가입 업무를 중단하고, 유심 교체 및 고객 응대에 집중해왔다.
최 회장이 직접 언급한 그룹 차원의 ‘정보보호 혁신위원회’에 대해서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위원회 형태로 구성될 예정이며, SK C&C,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ICT 관계사의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부문을 담당하는 류정환 SK텔레콤 네트워크 인프라 센터장은 “사고 발생 3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현재까지 추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의심 장비 리콜, FDS 모니터링 최고 단계 격상, 스팸·스미싱 차단 시스템 고도화 등으로 망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고객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주 중반 이후부터는 해외에서도 유심 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며, eSIM 셀프 개통 시 불편했던 정보 입력 절차도 다음 주 중 개선해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